자폐 아들 '코피노'로 속여 필리핀에 유기한 부부 항소심도 실형

      2020.07.10 12:16   수정 : 2020.07.10 14:47기사원문
부산법원종합청사 현판. /© News1

(부산=뉴스1) 박채오 기자 = 자폐증세가 있는 친아들을 필리핀 혼혈아 '코피노'로 둔갑시켜 해외에 수 년동안 유기한 매정한 부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주도적으로 범행을 실행한 남편은 형량이 늘어났다.

부산지법 형사 1부(김홍준 부장판사)는 10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 방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받은 A씨(48)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아내 B씨에 대한 항소는 기각했다.

A씨 부부는 지난 2014년 1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약 4년동안 필리핀에 자폐증세가 있던 친아들 C군(16, 당시 10세)을 '코피노'로 둔갑시켜 유기한 혐의를 받고있다.


A씨는 2014년 11월부터 필리핀의 한 선교사에게 자신의 친아들을 코피노로 소개하고 '편부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키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돌봐달라'면서 부탁했다.

그러나 A씨 부부는 아들을 필리핀으로 데려가기 6개월 전에 이름을 개명하고 선교사에게 맡긴 뒤에는 여권을 회수해 바로 귀국했다. 귀국 후에는 양육비 명목으로 3500만원을 송금하고, 연락 차단을 위해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이메일 아이디를 삭제했다. 이 때문에 필리핀 선교사가 아이 문제로 A씨 부부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특히 A씨는 아이를 맡기면서 "차후 아이가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을 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아들을 선교사에게 맡긴 후 괌과 태국 등으로 여행을 다닌 사실도 확인됐다.

A씨 부부의 유기행위는 이전에도 있었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11년 3월 취학연령이었던 C군을 경남 마산의 한 어린이집에 맡겼다가 2012년부터 충북 괴산의 한 사찰에서 1년여동안 지내도록 했다. A씨는 어린이집과 사찰에 맡길 때도 아들의 나이나 부모의 이름, 주소 등을 일체 알려주지 않았고 전화로 연락만 취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A씨 부부는 C군을 네팔로 데리고 가 한 차례 유기하기도 했다. 버려진 C군은 현지인의 도움으로 만 6세도 되지 않은 나이에 혼자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같은 A씨 부부의 행각은 필리핀 선교사의 동료가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아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면서 들통이 났다.

당초 가벼운 자폐증세였던 C군은 필리핀 고아원 시설을 4년동안 전전하면서 중증의 정신분열을 겪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1심 재판부는 "A씨 부부의 방치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C군은 건강이 더욱 악화됐다"며 "C군의 현재 건강상태와 A씨 부부의 태도 등을 볼 때 아동 유기와 방임으로 볼 수 있다"고 징역 2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A씨 부부와 검사는 1심 판결 이후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부부는 부모로서 아이를 정상적인 가정에서 양육하고 안전하게 보살필 의무를 소홀히 하고 C군을 필리핀에 유기한 뒤 4년이나 방치했다"며 "이로인해 C군은 사회에 정상적으로 적응할 기회를 잃었고, 자폐증세 역시 악화됐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럼에도 A씨 부부는 '필리핀으로 유학을 보냈다. 치료와 교육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식의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며 "또 A씨의 경우 주도적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해 그 죄질이 나쁘다"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아내 B씨에 대한 항소는 "범행에 소극적으로 가담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량은 적정하다"고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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