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상정보료 인상 합당" 기상청 손 들어준 대법

항공기상정보 사용료 인상을 두고 벌어진 갈등에서 대법원이 기상청의 손을 들어줬다. 기상청이 사용료 현실화를 들고나오자 국내 8개 항공사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항공기상정보 생산에 매년 189억원이 투입되지만 이 중 85%를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최종심에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상청은 코로나19로 인한 한공업계 어려움을 분담하기 위해 무이자 납부유예를 검토키로 했다.

대법원 "기상정보 이용료 인상 합당"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9일 대법원은 대한항공 외 7인이 기상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항공기상정보사용료 인상처분 취소의 소' 상고심에서 원심(2심)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국제선 항공기는 공항에 착륙하거나 영공을 지날 때 항공기상정보 서비스를 받고 이 대가로 사용료를 지불한다. 국내외 항공사 모두 동일한 금액을 낸다. 현재 공항착륙 시 편당 1만1400원, 영공 통과 시 편당 4820원을 지불한다.

이는 2018년 6월 1일 인상된 금액이다. 민간항공사에 제공되는 기상정보 생산에 국고가 대거 투입되고 있다는 국회의 수차례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인상 전에는 착륙 시 6170원, 통과 시 2210원이었다.

인상안이 적용되자 국내 항공사들이 부당한 인상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부정확한 기상정보로 입은 손해가 막대하다며 사용료 인상에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는 기상청이 승소했지만 2심에서 다시 항공사 주장이 받아들여진 바 있다.

항공계 고통 분담… 납부 유예 검토

대법원 재판부는 "2심 판단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항공사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을 뒤집었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항공기상정보 생산에 연간 189억원이 투입되지만 이 중 회수율이 15%에 불과하다는 점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일반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기상정보와 달리 국제 기준에 맞춰 TAF(공항예보), SIGMET(공역예보) 등 특화된 20여가지의 정보를 하루 네 번씩 제공한다.

대다수 선진국들은 편당 최소 2만9000원(영국)에서 최대 12만8000원(호주)까지 사용료를 받는다. 특히 유럽국가들은 기상정보 생산 원가 대비 86~100%를 회수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세계기상기구(WMO)도 생산 비용을 항공사에게 회수하는 것을 일반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기상청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으로 피해를 입은 항공사를 위해 지원 방책을 마련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오는 8월까지 무이자로 납부 유예 중인 착륙 항공기에 대한 사용료의 연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mail]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