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요" 207번·비명 15번…제자 유사강간 60대 교수의 두얼굴

      2020.07.16 17:33   수정 : 2020.07.16 18:01기사원문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내부 모습.2020.2.18 /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국립대학교 학과장까지 맡아 사회적으로 존경받으면서 한편으로는 제자를 유사강간한 60대 교수의 두 얼굴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16일 유사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대학교 교수 A씨(61) 2차 공판에서 피해자 심문을 했다.

양형 기준을 정하기 위한 이날 심문은 재판부가 피해자 B씨(20대)의 동의를 얻어 언론에만 제한적으로 공개됐다.



증인석에는 성범죄 피해자를 돕는 해바라기 센터 직원이 동석했다. 피고인을 법정에서 퇴정시키고 가림막을 쳐 피해자를 볼수 없도록 했다.


B씨는 판사의 질문에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비교적 차분하게 범행 당시 상황 등을 설명했다.

A교수는 2019년 3월, 10월 두차례에 걸쳐 자신의 강의를 듣던 제자 B씨에게 면담을 하고 싶다고 접근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공황장애와 우울증, 어려운 가정형편 등을 털어놨고 A교수도 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며 약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난해 10월30일 A씨는 B씨에게 저녁식사를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심한 우울증이 있는 B씨가 "매일 매일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고백했고 A교수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반주를 겸한 식사를 마친 뒤 A교수는 B씨를 자신이 평소 잘 아는 제주시 한 노래주점에 데려갔다.

이때부터 B씨는 뭔가 이상한 조짐을 느꼈고 수차례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러나 번번히 A교수가 노래주점 방밖까지 나간 피해자를 강제로 끌고 들어와 어쩔수없이 동석해야 했다.

몇시간 전 까지만 해도 제자의 신변을 걱정하던 따스한 마음을 지녔던 교수님은 사라졌다.

교수는 "너를 처음 봤을 때 치마를 입고 다리를 꼰 모습이 당당해 마음에 들었다"고 고백하며 B양을 유사강간했다.

당시 상황은 B양이 휴대전화로 녹음한 파일에 생생히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 분석 결과 "싫어요"가 207번, "비명소리가 15번, "집에 가고 싶다"고 53번 등이 녹음됐다.

사건 직후 A교수는 조금이라도 처벌을 줄이려고 합의를 요구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10대 동생을 돌봐야 했고 강간 피해 후 병원비까지 마련해야 했던 B씨는 A교수가 건넨 합의금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합의서에는 피해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B씨는 이날 법정에서 "어쩔 수 없는 합의였다. 피해자를 용서한 적도 용서하고 싶지도 않다. 엄한 처벌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B씨는 "A교수가 만약 파면돼도 복학하며 그 교수가 쓴 책으로 공부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복학도 포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용기를 얻고 앞으로 잘 살아야 한다. 어린 동생을 잘 키워야되지 않겠느냐"고 위로했다.

A씨 측은 범행을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술에 취해 있었고 우울증 등 정신병 관련 증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 3차공판은 8월20일 열린다.

한편 1심 재판부는 지난 6월 A교수 첫 공판에서 "이런 범행은 대한민국에서 없어져야 한다.
피고인을 본보기로 삼겠다"며 직권으로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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