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 쓰레기' 논란에도 대형마트는 '묶음포장' 진행 중

      2020.07.22 15:22   수정 : 2020.07.22 16: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차 포장재 쓰레기 감축과 관련해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제도를 본격 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업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이 정부 입장을 기다리는 대신 대기업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재포장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정책을 추진하다 묶음할인을 막는 게 아니냐는 논란를 불러일으킨 환경부는 올해 10월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묶음포장 논란에도 마트에선 '여전'


22일 서울의 대형마트들에서는 포장된 제품을 재차 포장하거나 다른 제품과 테이프 등으로 묶어서 할인하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우유 두 팩을 비닐에 넣어 낱개보다 싸게 팔거나 대형 시리얼 포장 위에 작은 시리얼을 테이프를 묶어놓는 식의 행사제품이었다.


낱개 포장된 라면 다섯 개를 비닐로 재포장한 경우는 모든 마트에서 공통으로 발견됐다.

정부는 이런 제품들의 판매가능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증가일로에 있는 쓰레기 감축을 막기 위해 2차 포장재 사용을 규제하는 방안을 올해 중 마련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가이드라인이다. 어떤 재포장을 허용하고, 어떤 재포장을 불허할지에 따라 현행 포장체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취급하는 상품이 각 4만개 이상에 이르는 상황에서 유통업체가 납품업체 포장까지 일일이 감독할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앞서 정부는 한 차례 ‘판촉이나 가격할인을 위해 포장된 제품’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내놨다가 재포장이 아닌 묶음할인을 금지하는 것이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간 발표된 각종 인식조사를 보면 한국 시민들은 쓰레기 감축에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2018년 4월 발생한 재활용 쓰레기 대란 이후 그린피스가 시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0.3%가 소비량을 줄이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92.3%가 기업의 플라스틱 사용을 정부가 나서서 규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2016년 조사에서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응답이 53.9%로, '없다'는 응답 10.8%보다 크게 높았다. 이들은 환경문제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쓰레기 분리수거와 일회용품 소비 감축을 1, 2위로 꼽았다.


"적극적 입장표명으로 대기업 책임 다해야"


시민들의 의지가 소비현장에서의 쓰레기 감축으로 직결되긴 쉽지 않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운데 재포장, 묶음포장 등으로 불필요한 비닐 등의 사용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환경단체들이 모여 기업이 더 적극적인 자세로 쓰레기 감축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이경석 환경정의 팀장은 “공식적으로 대형마트들에 재포장에 대한 입장을 내달라고 요청했는데 체인스토어 협회를 통해서만 입장이 나왔다”며 “대형마트는 아직 자신들의 책임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역시 “유럽이나 중국같은 경우 비닐포장재 대신에 종이나 띠지를 활용하고 있는데 한국은 재포장을 바꾸는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고 소비자를 기망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업체 한 관계자는 “쓰레기 감축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정부 지침이 나오면 그거에 맞춰서 할테니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잘 만들어달라는 것”이라며 “설이나 특별 행사가 아닌 경우엔 재포장 쓰레기가 가급적 적게 나오도록 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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