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폭행 주민' 변호인, 첫 공판서 사임..재판 또 연기

[파이낸셜뉴스] 아파트 경비원에게 수 차례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혐의를 받는 입주민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지만 변호인의 사임으로 공전했다. 재판은 24일 열린 공판은 공소사실에 대한 변호인의 의견을 듣지 못한 채 20분만에 종료됐다.

■"시간 좀 달라"...재판부 "일주일 내 선임계 제출"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허경호)는 이날 오전 서울 강북구 소재 아파트 경비원 고(故) 최희석씨에게 폭언과 폭행 등 갑질을 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감금·보복폭행·상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심모씨(49)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심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듣고 난 뒤 사임 의사를 밝혔다. 변호인은 최근 심씨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심씨 측이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해 법원에 출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임계를 미리 제출하지 못했지만 피고인 심씨와 입장조율 결과 사임할 예정으로,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진술은 다음 기일에 이뤄지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은 변호사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심씨에게 국선 변호인을 선임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변호인을 선임하겠다는 것인지 물었다. 그러자 심씨는 "생각지 못했던 일이라 시간을 좀 달라"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이 6월 12일 기소됐고 두 달 구속기간이 8월 11일 1차 만료된다"며 "이달 3일 기일이 잡혔다가 17일 변경돼 오늘 열린 것인데 결국 3주 정도가 기일 변경 신청에 의해 지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속사건이라 반드시 변호인이 있어야 하는 필수 변호 사건"이라며 "일주일 내로 변호사 선임계 접수되지 않으면 국선 변호인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일부러 재판을 지연시킨다는 오해를 하게 하는 일은 없는 게 좋다"며 "피고인에게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상해·보복폭행·협박·무고 등 7개 혐의
심씨는 지난 4월 21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소재 한 아파트 입주민으로, 주차 문제로 경비원 최씨와 다툰 후 지속해서 최씨를 폭행하고 감금, 협박한 혐의 등을 받는다. 최씨는 이후 심씨에게 폭행과 협박 등을 당했다는 유언을 남긴 뒤 5월 10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검찰은 이날 "지난 4월 26일 주차관리를 위해 주차돼 있던 피고인의 차량을 손으로 미는 것을 발견하고 피해자에게 다가가 '우리가 돈 주는 걸로 먹고 살면서 왜 하지 말라는 짓을 하냐'며 손으로 가슴 부위를 수회 밀치고 옷을 손으로 잡아끌고 얼굴 부위를 가격하는 등 피해자에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어 "피고인은 또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에 화가 나 보복하기로 맘먹고 다음날인 27일 피고인이 다가오는 걸 보고 경비실 안으로 도망가는 피해자를 경비실 안 화장실에서 '주민을 고발하는 경비가 세상에 어딨어. 여기는 CC(폐쇄회로)TV 없구나. 아주 너 오늘 죽어봐 이새끼야'라고 소리치며 피해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고 주먹으로 얼굴 부위를 수회 때리고 손으로 머리채를 잡아 흔들어 화장실 벽에 수회 부딪히게 하는 등 3주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검찰은 특히 "아파트 주차장에서 피해자에게 사표를 쓸 것을 요구했다가 피해자가 가족 때문에 사표를 못 쓰겠다고 하자 사표를 못 쓰면 100대를 때린다며 매일 올 것이라고 위해를 가하며 사표를 쓰게 했다"고 범행을 설명했다.

심씨는 또 피해자에 대해 허위진술을 했고 '너 돈이 그렇게 많냐'며 주먹으로 세게 때리며 피해자를 폭행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심씨에 대한 다음 기일은 오는 8월 21일 오전 10시50분 열릴 예정이다.

[e-mail]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