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직 공무원 영호남 비중 60%...인구수 비해 과대대표 인사균형 역행
2020.07.27 15:37
수정 : 2020.07.27 16:45기사원문
정무직 공무원 중 영·호남 출신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수가 전체의 33%에 그치는 지역에서 과반 이상의 정무직이 임명된 것이다. 반면 인구 1300만명의 경기도 출신 정무직 공무원은 단 1명에 그쳤다.
정부가 균형인사를 외치고 있지만 고도의 정책적 결정을 내리는 정무직의 지역인사균형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 1300만 경기도는 단 1명
27일 연세대 유상엽 행정학과 교수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의 정무직 공무원 총 115명 중 영·호남 출신이 60%(69명)에 달했다.
정무직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상 선거로 취임하거나 임명할 때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공무원이나 고도의 정책결정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말한다. 국무총리와 부처 장차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이 포함된다.
경북·경남·대구·부산 등 영남 출신 정무직은 총 38명(33.1%)이고, 전북·전남·광주 등 호남 출신이 31명(27.0%)이다. 각각 인구 비율 22.9%, 9.9%을 크게 넘어선다.
충청권도 다소 과대 대표된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 충남, 대전 인구 비율은 10.0%였지만 정무직 비율은 15.7%(18명)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경기도는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지만 정무직은 단 1명(0.9%)이다. 인구 290만(5.7%)의 인천도 단 2명(1.7%)에 그쳤다.
서울, 강원 등은 두 비율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두 지역의 인구비율은 각각 18.8%, 3.0%로, 정무직 비율(18.3%, 2.6%)과 유사해 지역 대표성이 보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평책 일환..역대 정부, 영·호남 비율 교려
정무직 인사를 담당하거나 관여했던 공무원들은 출신지역은 크게 고려하는 부분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고위공직자는 "정무직 선발에는 전문성이 가장 우선 고려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무원도 "특정 후보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이 (출신 지역을) 반대 근거로 제시할 순 있다"면서도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라고 했다.
반면 '지역갈등'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영·호남 인사를 두루 채용하려는 탕평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두 지역 인사들이 중용되다보니 전문성을 갖춘 인재 풀 자체가 이들 지역으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한 호남출신 전직 공무원은 "호남 출신이 제 능력대로 평가 받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그간 보수당이 집권했을 때, 호남 쪽 인사를 탕평 차원에서 다수 임명한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자료를 취합해 분석한 유상엽 교수는 국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정무직의 지역 대표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 교수는 "우선 지역별로 양적균형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지역적 대표성을 제고한 이후 질적인 차원에서 진정한 민주적 정당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정무직 공무원 인사방향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