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에도 코로나 보릿고개…알바자리 없는 대학생, 손님 없는 대학상권
2020.07.28 14:47
수정 : 2020.07.29 10:27기사원문
"정규직도 아니고 알바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수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학가의 '보릿고개'가 방학에도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은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해 '알바난'을 겪고 있고 대학교 인근 상권은 유동인구가 줄어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알바 고픈 대학생, 여력 없는 자영업자
2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거리는 흐린 날씨만큼이나 침울했다.
직장인에게 7~8월이 휴가철이라면 대학생에게는 이 기간은 알바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학기간 동안 알바를 하며 생활비와 등록금을 모으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쉽지 않았던 방학 중 알바 구하기는 올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 됐다.
이대 인근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대학생 최모씨는 "전부터 하고 있던 알바여서 다행이지 당장 구하려 했으면 못구할 뻔했다"라며 "요새는 편의점 알바도 경쟁률이 20대 1이 넘는다"고 말했다.
구인·구직사이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16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3%가 '올해 여름방학에 알바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반면, '알바천국'은 지난 4월 알바 구인·구직수는 지난해 동기와 비교했을 때 무려 40%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20만명이 감소해 138만4000명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상권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32년간 이대 앞에서 구둣가게를 했다는 50대 조모씨는 최근 3개의 매장 중 2개를 처분했다. 한 매장에서 일하던 3명의 알바는 모두 내보냈다. 조씨는 4평 남짓의 구둣가게에서 월 300만원이 넘는 임대료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매출이 많이 줄었냐는 물음에 그는 목소리를 높이며 "매출 감소가 아니라 '오늘 개시는 했냐'고 묻는 게 맞다"라며 "옆 가게와 매출 경쟁하는 게 아니라 5시에 마수걸이하고 자랑하는 신세"라고 답했다. 이어 "맛집으로 유명한 옆 가게는 장사가 안되니까 3개월 동안 내부공사를 한다고 붙여놓고 영업을 쉬고 있다"고 전했다.
초단시간 '쪼개기 고용' 新풍속도
알바 고용에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 사이에선 이른바 '쪼개기 고용'이라는 새로운 풍속이 등장하고 있다. 알바 근무시간을 하루 3시간 안팎으로 줄여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알바를 구하기 어려운 대학생 입장에선 이조차도 아쉬워 울며 겨자먹기로 해야 하는 입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초단기근로자(주당 15시간 미만 근로) 수는 134만1000명으로, 2018년 동기(115만명)과 비교했을 때 약 20만명이나 증가했다. 2000년 주당 1~14시간 취업자수(36만2000명)와 비교하면 4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음식점을 경영하는 60대 자영업자 김모씨는 "장사가 워낙 안되기 때문에 알바가 필요한 시간은 점심시간 앞뒤로 1시간 정도"라며 "과거에는 이렇게 구하면 아무도 안 하려고 했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르더라. 업자는 업자대로 알바는 알바대로 열악한 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인근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이 상권에 소재한 매장 80%는 권리금도 없이 가게를 내놓았다. 하지만 침체될 대로 침체된 상권을 찾는 이가 없어 거래량이 전무한 실정이다. 상가 곳곳에는 '임대 문의'와 '반값 세일' 현수막이 붙어있을 뿐 활기를 찾기 어려웠다.
공인중개사 A씨는 "한눈으로 봐도 공실이 많지 않나"라며 "계약기간만 끝나면 모두 가게를 비우고 떠나게 될 것. 2학기도 상황이 안 좋다면 유령상권이 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