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소득자 세율 올리면서 면세자는 왜? "조세형평성 위배"
2020.07.29 14:42
수정 : 2020.07.29 19:43기사원문
정부가 초고소득자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자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면세자 비중도 함께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면세자 비중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란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근로에 필요한 필수적 경비를 제하곤 과도한 세액공제 항목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29일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은 사람은 모두 721만9101명다. 근로소득세 대상이 된 1857만7885명 중 38.9%에 달한다. 면세자는 1년 총급여에서 각종 기본공제, 의료·교육비 공제 등을 뺀 세금 부과 대상 금액이 0원 이하인 사람들로 평균 연간 총급여는 1533만원이다. 근로소득세를 납세하는 이들의 평균 총급여(5026만원)의 3분의1 수준이다. 면세자 비중은 2015년 48.1%, 2016년 46.8%, 2017년 43.6%, 2018년 41.0% 등으로 매년 줄었지만 여전히 외국보다 높다.
반면 정부는 '2020 세법개정'을 통해 소득세 과세표준 10억원(연소득 13억원) 초과 구간를 신설해 최고세율을 45%로 올렸다. 현행 소득세 최고세율은 42%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저소득층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더 걷겠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 추산에 따르면 신설된 최고세율 45%를 적용받는 이는 약 1만6000명이며 9000억원 가량이 걷힌다. 일각에선 정부의 이번 근로소득세 최고세율 신설을 두고 부자를 겨냥한 '핀셋 증세'라고 비판이 나온다.
이번 세법을 심의하는 정치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40%에 육박하는 면세자를 그냥 둔 채 최고세율을 신설하는 것은 조세정책의 기본인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란 지적이 거세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지난 9일 발간한 '21대 국회 주요 입법·정책 현안' 보고서에서 "높은 면세자 비율은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면세자 축소를 주문하기도 했다. 우리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이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면세자 비율은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란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3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 자리에서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매년 2~3%씩 낮아지고 있어 조만간 30% 초반으로 저절로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이번 소득세 최고세율(45%) 신설에 대해 "부자 증세라기 보단 '사회연대세'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하는 이들조차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입각해 지나치게 높은 면세자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10억 이상 소득자에 대해서 45% 최고 세율을 인상한 것은 소득의 재분배 역할에 충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근로소득자의 납부 면세자 비율이 40% 언저리에 있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불필요한 근로소득세 세액공제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근로소득 비과세 항목은 식대, 자가운전보조금, 출산·자녀보육비, 학자금, 연구보조비·연구활동비, 직무발명보상금, 기타 실비변상적 성질의 급여, 생산직 근로자의 수당·야간근로 또는 휴일근로로 받는 급여, 국외 또는 북한 지역에서 근로를 제공하는자 등 적지 않다.
한편, 올해 소득세는 8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83조6000억원)보다 5조원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총국세(279조7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처음으로 30%를 넘어 31.6%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법인세 비중은 20%대로 낮아졌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