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입법 광풍, 정상이 아니다
2020.07.29 17:22
수정 : 2020.07.29 17:49기사원문
제1당의 독주는 몇 가지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먼저 절차상의 문제다. 부동산은 온 국민의 관심사다. 파급효과가 큰 만큼 법 개정은 돌다리도 두들기듯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 흔한 공청회·토론회도 한 번 열지 않았다. 법안심사 소위도 생략했다. 숫자만 믿고 군사작전하듯 입법을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에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의원입법 남용도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무더기 처리된 법안은 죄다 민주당 소속 의원이 발의하는 방식을 취했다. 행정부가 법안을 내면 규제심사 등 절차가 복잡하다. 의원입법은 이를 우회하는 꼼수다. 정부와 민주당이 청부입법 공조를 편 셈이다. 의원입법은 규제의 원흉으로 꼽힌다. 오죽하면 정세균 총리가 지난달 3차 추경 시정연설에서 "21대 국회에서 의원입법에 대한 자체적인 규제심사제도가 반드시 도입될 수 있도록 뜻을 모아달라"고 간청했을까. 당정이 강행하는 부동산 입법은 규제 중에서도 슈퍼규제다.
진짜 걱정은 막무가내 법안처리가 가져올 부작용이다. 임대차 3법은 벌써부터 전세시장을 들쑤시고 있다. 계약갱신 청구권(2년+2년), 전월세상한제(5%)는 소급입법,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만약 전세 물량이 쏙 들어가면 그 피해는 온통 세입자가 뒤집어쓴다. 종부세, 재산세,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이 껑충 뛴 것도 민심을 자극한다. 급기야 부동산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주 촛불시위에 나섰다.
법안 처리를 진두지휘하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야당 탓을 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이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12·16 대책 후속 입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후유증"이라는 것이다. 전형적인 부동산의 정치화다. 이래선 땅 밑으로 꺼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지난주 경북 경주의 월성원전 2~4호기 주변 주민들은 사용후핵연료를 임시저장할 맥스터를 증설하는 데 동의했다. 3주에 걸친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감정을 추스르고 합리적 해법을 도출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정부 경제관료들이 그 반만 닮아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