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타이어업계, 경영권 분쟁·극한 노사갈등
2020.07.31 13:54
수정 : 2020.07.31 16: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여파의 직격탄을 맞은 타이어업계를 둘러싸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금호타이어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에 회사 운영자금 통장이 압류되면서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양래 회장 "차남에 주식매각 계획된 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형제간 분쟁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조양래 회장이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 지분을 매각한 것은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31일 입장문을 내고 "조현범 사장이 그동안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고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했다.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 이미 전부터 최대주주로 점 찍어 두었다”며 "가족 간에 최대주주 지위를 두고 벌이는 여러 가지 움직임에 대해서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자 미리 생각해 두었던 대로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6일 조 회장은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형태로 자신이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차남 조 사장에게 매각했다. 조 사장이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은 19.31%에서 42.9%로 늘어났다. 이는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19.32%에 비해 두 배 이상 많다. 조 회장이 그룹의 후계자로 조 사장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은 '부친의 주식 승계 과정이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인지 객관적 판단을 받고 싶다'며 지난 30일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면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민사 소송전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 이사장 측은 "그동안 조 회장이 갖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분이 놀라고 당혹스러워했다"며 "이런 결정들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린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건강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며 이 같은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조 회장은 "매주 친구들과 골프도 즐기고 있고 골프가 없는 날은 PT도 받고, 하루에 4-5km 이상씩 걷기운동도 하고 있다"면서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데, 저의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경영권에 대한 욕심이 있는 거라면,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적이 없다"며 "돈에 관한 문제라면 모든 자식들에게 이미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증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금호타이어, 극한 노사갈등
금호타이어는 회사 운영자금 통장이 비정규직 노조에 의해 압류되면서 유동성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주거래 은행인 우리은행은 지난 30일 광주지방법원의 결정에 따라 금호타이어의 운영자금 통장을 압류했다.
앞서 광주지법은 지난 1월17일 비정규직 노조에서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들이 금호타이어와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다고 판단했고 금호타이어 사원과의 임금차액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는 관련 규정에 따라 적법한 사내 수급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1심 판결의 경우 경쟁사나 다른 제조업체의 판결결과와 차이가 있고 향후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기에 이후 항소절차 등을 통해 법적인 최종판단을 확인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호타이어는 법적인 최종판단을 위해 항소를 제기함과 동시에 양측이 윈윈 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고자 비정규직 노조와 특별협의를 진행해 왔다.
특별협의체에서 1심 판결의 가집행 명령에 따라 임금차액과 제반사항을 협의했으나 비정규직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지난 27일자로 1심 판결에 의한 임금차액과 이자에 대한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을 강행했다. 이번 압류신청 대상자는 414명이며 금액은 204억원이다.
비정규직 노조에 의해 운영자금 통장이 압류되면서 금호타이어는 비상이 걸렸다.
금호타이어는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나아질 때까지만이라도 비용지급을 유보하길 요청하며 대신 일부 금액을 우선 지급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할 의사를 밝혀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법인계좌 거래가 중단된 상태로 압류상황 지속 시 회사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가뜩이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최근 상황에서는 계좌 압류로 인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수 많은 노사관계 사례에서 경험한 바 있듯이 개인 또는 집단 이기주의는 결국 위기를 가져올 뿐이다. 일할 수 있는 터전인 회사가 존재해야 일자리도 지킬 수 있고 고용 불안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는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