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대출' 모뉴엘 대표, 재심 통해 미납벌금 노역장 유치기간 줄여

[파이낸셜뉴스] 가전제품 수출 실적을 부풀려 금융권에서 3조원대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로 징역 15년을 확정받아 복역중인 박홍석 모뉴엘 대표(60)가 일부 혐의에 대한 재심 신청을 통해 벌금 미납 노역장 유치기간을 다소 줄일 수 있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박 대표의 재심 상고심에서 관세법 위반 부분에 대해 벌금 1억원 미납시 25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을 노역장 유치기간으로 정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 2007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홈시어터 컴퓨터(HTPC) 가격을 부풀려 허위 수출하고 수출대금 채권을 판매하는 등의 수법으로 시중은행 10곳에서 3조4000억원을 불법 대출한 혐의(사기)로 구속기소됐다.

박 대표는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계좌를 통해 2조8000여억원을 입출금(외국환거래법 위반)하고 국내은행에서 대출받은 자금 361억원을 홍콩의 페이퍼컴퍼니 계좌를 통해 국외로 도피시킨 혐의(재산국외도피)도 받았다.

1심은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며 강력범죄가 아닌 경제사범 형량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인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후 2심은 징역 15년 및 벌금 1억원으로 감형하면서 벌금 미납의 경우 20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2016년 10월 대법원에서 형량이 확정된 박 대표는 '황제노역'을 막기 위해 노역장 하한선을 정한 형법을 소급적용하는 것이 위헌이란 헌재 결정을 근거로 2018년 12월 관세법 위반에 관한 노역장유치 부분에 대해 재심을 신청했다. 헌재는 2017년 10월 이른바 '황제노역'의 폐해를 막기 위해 벌금 액수에 따른 노역 기간의 하한을 정한 개정 형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이를 개정법 시행 이전 범죄에도 소급적용하도록 한 형법 부칙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2014년 5월 개정된 형법 70조는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노역장 유치 기간을 정할 때 벌금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 300일 이상, 5억원 이상이면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1000일 이상을 선고하게 했다. 돈 많은 기업가 등이 고액 벌금을 받고도 내지 않고 버티다가 노역장에 유치되는 경우 하루 노역 일당이 수백만원 등에 달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산정돼 문제라는 지적이 일면서 개정된 것이다.

법원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조항에 근거한 유죄 확정판결에 대하여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박 대표의 재심을 받아들였고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심 1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박 대표의 관세법 위반 범죄 대부분이 개정 형법 시행일인 2014년 5월 이전에 이뤄진 점을 주목했다.

이를 근거로 재심 1심은 “노역장유치에 관해 개정 형법 규정을 적용한 것은 헌재의 소급적용 위헌 결정에 따라 위법”이라며 벌금 1억원에 벌금 미납시 25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을 노역장 유치기간으로 정했다. 종전(미납시 20만원을 1일로 환산)에 비해 벌금미납 노역장 유치기간이 다소 줄어들게 된 셈이다.

대법원은 “벌금 미납의 경우에 1일당 벌금 환산금액을 얼마로 정해 유치기간을 얼마로 정할 것인가는 법원의 재량”이라며 재심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mail]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