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고층 외벽청소 논란..“위험” vs. “소량의 비 오히려 안전”

      2020.08.07 13:51   수정 : 2020.08.07 18: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최근 비바람을 동반한 장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의 한 고층 빌딩에선 고층 외벽청소가 진행됐다. 이같은 빗속 고소작업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비가 내리고 있던 지난 5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고층 빌딩에선 5명의 작업자들이 외벽청소 작업을 실시했다.



1년에 한두차례 실시하는 외벽청소 일정이 사전에 정해졌음을 감안해도, 비바람이 몰아치는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여건에서 고층 외벽청소를 강행한 것 무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영상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10시께 비가 내리고 있지만, 작업자들은 빌딩 외벽을 비롯해 유리창 청소를 진행했다.


영상이 촬영된 시간 중구 일대는 비가 내렸고 당시 해당 지역 강수량은 2.5mm로 폭우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전 내내 비가 내렸고 오후에도 간간이 비가 내렸다.

당시 외벽 청소 상황을 목격한 A씨는 "많은 비는 아니었지만, 비가 계속 내리는 상황에서 줄에 매달려 외벽 청소를 하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며 "비오는 날이 더 청소가 잘된다고 하는 말도 있지만 그만큼 위험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빌딩 시설관리 측에서도 외벽청소를 실시할지를 놓고 업체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파악됐다.

빌딩 시설관리 담당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전부터 외벽청소 스케줄이 잡혀있어 많이 고민을 했고, 청소업체와도 같이 고민 했다"며 "일단 제가 거기 직접 올라가서 '작업을 하지 말라, 하면 위험하다'라고 했는데도 그쪽(청소업체)에서 날씨가 좋아지니 문제 없을 거라 해서 실행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저희가 '하라 마라'할 그럴 이유는 없다. 요즘 안그래도 '안전'을 강조하고 있어서 책임자와 현장에서 협의를 했다"며 "우리는 안했으면 좋겠다는 전제를 줬는데도 소장님이 '날씨가 나아질거 같으니 진행하고 하다가 나빠지면 철수하겠다'고 해서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지 취재가 들어간 6일에는 오전 이후에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정작 해당 빌딩 측은 고층 외벽청소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고층 외벽청소에 고용노동부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고용부 관계자는 "날씨로 인한 위험 여부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지만, 비가 오는 상황에서 고층 외벽 청소를 한 것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라며 "풍속이 약해도 비오는 것 자체가 고층 작업에서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오히려 소량의 비가 오는 날씨는 외벽청소 시 선호되는 환경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외벽청소가 단순 미관을 위한 작업이 아닌 건축물 유지관리와 안전을 위한 작업으로서 ‘초속 5m이상의 바람과 5mm이상의 강수량’ 조건을 넘지 않을 땐 작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외벽청소를 담당한 업체 대표는 "강수량 5mm이하일 때에는 안전에 하등 관계가 없다"며 "현행 법적인 부분은 현실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기준치를 가지고 있다.
탁상공론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에서 봐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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