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부동산·일자리 정책 독주… 시위에 나선 집주인·정규직
2020.08.09 17:49
수정 : 2020.08.09 18:18기사원문
최근 있었던 조세저항 운동과 부동산대책 반대 집회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새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표현의 자유 보장된 국가에선 당연"
기존 한국 사회에서 집회는 다른 곳에선 의견을 관철할 수 없는 약자에 의해 주도되는 경우가 많았다. 세월호 침몰참사 유가족, 밀양송전탑 건설 지역 주민, 제주 강정해군기지 지역 주민 등을 비롯해 다양한 소수자가 거리에서 목소리를 냈다. 노동조합과 학생사회, 이익집단 등 이미 단결돼 있는 주체에 의해 이뤄지는 시위도 많았다. 사회의 가장 약한 자는 아닐지라도 여러 주제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최근 조세저항 운동과 부동산대책 반대 집회, 인천국제공항공사 문제 등에선 기존 집회에서 찾기 어려웠던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무주택자가 아닌 집주인들이 모여 집회를 열어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에 제동을 걸어 취업준비생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모습은 색다르기까지 하다.
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선 다양성이 발전하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분석한다. 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그간 소수자들 중심으로 해왔지만 (최근 변화는) 시위의 주체가 다양해진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해석했을 때 문제가 될 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 역시 "다양성이 증진되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면 다양한 주체가 집회를 열게 되는 건 당연하다"며 "우리 입장에서도 특별히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월가 점령' '노란 조끼' 남의 일 아냐
시위를 주도한 이들은 특정 이익만 대변하는 이기주의란 시선을 경계한다. 인국공 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정규직 대 비정규직의 구도가 아니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의문을 지켜달라는 게 집회 내용"이라며 "기득권, 반정부, 보수세력으로 묶기도 하는데 그런 시선이 가장 두렵다"고 우려했다. 부동산대책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시민모임 관계자 역시 "가진 사람이 앓는 소리를 한다는 비아냥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모든 주택 소유자가 투기를 하는 게 아닌데 정부가 쉽게 (부동산을) 처분하라고 하니 화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들 시위가 특정 조직을 넘어 사회 전반의 경제와 이익 문제를 전면에 드러낸 만큼 반대 입장도 터져나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부의 양극화 등 경제불평등에 대한 잠재된 분노가 조직화돼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과 유럽 등에선 경제불평등에 대한 이슈가 이미 대대적 시위로 표출된 바 있다. 미국에선 2011년 월가 점령 시위가 있었고, 2018년 프랑스에서도 노란 조끼 시위가 일어났다. 이들 시위는 코로나19 확산 직전까지 국경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갔다.
이들 시위에서 주로 다뤄진 문제는 경제불평등이었다. 월가 점령 시위의 경우 실물경제를 압도하고 왜곡시키기까지 하는 금융의 문제가 쟁점이 됐고, 노란 조끼 시위는 프랑스의 유류세 인상 조치로부터 부유층과 대기업에 우호적인 마크롱 정부에 대한 퇴진운동으로 번진 바 있다.
pen@fnnews.com 김성호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