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동해·가평 거듭되는 펜션참사··· 현장은 '불법이 태반'

      2020.08.10 14:58   수정 : 2020.08.10 16: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매년 반복되는 펜션 안전사고에도 불법 영업이 성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펜션에 적용되는 시설·안전기준을 피해 농어촌민박이나 식품접객업으로 등록한 뒤 사실상 펜션업을 영위해도 단속에 적발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나마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만 이뤄져 업주들은 ‘걸리는 놈이 재수 없다’는 마음으로 영업을 강행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매년 단속한다지만 불법영업 지속
10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3개 부처가 매년 여름철 불법 숙박업소에 대한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오는 14일까지 합동단속이 예고된 가운데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불법사례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962개 업소 대상으로 진행된 문체부와 보건복지부 합동단속에선 891개 업소가 불법사항이 적발돼 형사처벌 84곳, 행정처분 38곳, 행정지도 331곳 등의 조치를 받았다.

대표적인 불법은 펜션이 농어촌민박이나 식품접객업으로 등록하고, 민박은 아예 허가를 받지 않고 영업을 하는 등의 사례다. 현행법상 펜션은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각종 점검을 받아야 하는 반면 농어촌민박은 농림축산식품부령에 따른 기본적인 기준만 준수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아예 농어촌민박 신고조차 않으면 그 기준조차 면제된다.

특히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 홍보와 달리 실제 현장에선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올해 초 가스폭발로 일가족 7명이 숨진 강원 동해시 펜션은 8년 넘게 무허가 업소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동해시가 관내 숙박시설 312곳에 대한 전수조사에 돌입한 결과, 절반이 넘는 165곳이 불법영업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해시뿐 아니다. 정부의 단속을 비웃듯 전국 유명 휴양지 곳곳에서 불법 숙박영업으로 인한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조모씨(35)는 지난달 말 여자친구와 여행을 위해 가평 한 펜션을 사흘 간 예약했다 불편을 겪었다. 인터넷을 통해 사진까지 비교하고 예약을 했지만 도착한 뒤 확인한 숙소는 사진과 달랐다고 그는 전했다. 방이 청소도 돼있지 않았고 벽에 곰팡이까지 피어있었다. 항의를 하자 직원은 사장이 서울에 있다며 자기가 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어렵게 연결된 업주는 조씨가 영업신고증을 보여주지 않으면 불법영업으로 신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에야 돈을 환불해줬다.


■획일화된 단속주체 지정 시급
경기 포천에서 휴가를 보낸 20대 김모씨도 형편없는 숙박시설 때문에 환불을 받았다. 펜션 사이트엔 칭찬 일색이었지만 막상 가본 펜션은 상태가 서울 모텔만도 못했다고 했다. 김씨는 업체에 항의를 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 이 업체가 식품접객업으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환불을 요구했다. 업체는 결국 김씨에게 숙박비 전액을 환불해줬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건 숙박업 감독체계가 일원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숙박업 감독은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공중위생법 소관이지만, 규모가 작아 농어촌민박으로 우회신고를 할 경우 농림부가 담당한다. 각종 지원을 위해 관광펜션업과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하면 문체부가 담당한다. 일부 부처에 문의한 결과 타 부처에 떠넘기는 듯한 답변도 수차례 들을 수 있었다. 단속과 처벌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중앙부처의 획일화된 지침이 없다보니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처벌도 크게 갈리는 실정이다. 지난 6월까지 전수조사를 통해 펜션 100여곳의 불법사실을 파악하고도 8월 중순까지 영업을 사실상 용인한 지자체도 등장했다.

행정안전부의 무관용 원칙이 일선 지자체에선 무색한 상황이다.

불법에 대한 미온적 대처는 인명재해로 돌아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지난 2018년 서울 대성고 학생 10여명이 수능시험을 치르고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한 강릉펜션의 경우, 사실상 펜션으로 운용됐음에도 법적 허점을 노려 농어촌 민박으로 신고 돼 소방법 적용이 면제된 사례였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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