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없는데 전파는 무슨"…집단감염 남대문 상인들 장탄식
2020.08.10 13:10
수정 : 2020.08.10 13:52기사원문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박동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생계에 대한 근심은 곧 탄식으로 바뀌어 상인들의 입에서는 '죽겠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1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남대문시장 케네디상가에서 상인 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6일 최초 확진 환자가 나오고 9일 추가로 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 오전 8시40분쯤 찾은 남대문시장은 회현역에서 나온 직장인들이 바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남대문시장 큰 도로에서 한 골목 안쪽에 위치한 케네디상가는 회현역 5번 출구에서 1분 거리였다.
북적이는 큰 도로에 비해 케네디상가가 있는 골목은 상인들과 기자들을 제외하면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상가 출입구 양옆으로는 차단대가 놓여있었다. 급하게 가져온듯한 차단대에는 오토바이 주차금지 플래카드 붙어있었다. 바로 옆 가게들은 문을 열지 않았고, 한집 건너 한집 꼴로 개장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인들은 당장 매출부터 걱정했다. 케네디상가 인근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스마트폰으로 남대문시장 확진자 발생 기사를 보고 있었다. 그는 "원래 손님이 100명씩도 다녀갔었는데 요즘에 코로나에 비도 와서 하루 20명도 올까말까"라며 "이번 일까지 덮쳐서 죽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방송사 카메라를 보고 "장사 안된다고 할 땐 한번을 안오더니 이런건 찍으러 오느냐"며 화를 벌컥 내는 상인도 있었다. 옆에선 "죽으라는 것"이라는 탄식이 나왔다.
뒤늦게 확진자 발생 소식을 들은 상인이 "(확진자가) 여덟명이나 나왔다고?"라며 놀라서 목소리를 높이는 소리도 들렸다. 케네디상가로 들어서는 골목 초입에서 장사를 하는 20대 김모씨도 "어제 재난문자를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가까운 곳인줄 몰랐다"며 "검사는 어디서 받아야 하느냐"고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케네디상가 맞은편 상가의 60대 상인은 확진자가 8명이라는 사실을 듣더니 "케네디상가에서 일하는 사람이 8명일텐데 8명이 확진이 확실하냐"며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그는 "시장 장사가 안되면서 케네디상가도 나간 사람이 많아 텅텅 비어있었다"며 "거기(케네디상가) 상인들이 에어컨을 틀어놓고 문을 닫아둬서 그런것 같다"고 덧붙였다.
상인들끼리 "검사를 받고 왔느냐"며 "가게를 봐줄테니 지금 얼른 다녀오라"는 이야기도 오갔다. "ㅇㅇ언니는 괜찮대"라며 케네디상가에 일하던 상인의 안부를 묻는 상인들도 있는 반면, "저쪽(케네디상가)과는 교류가 전혀 없었다. 앞에만 지나다녔지"라고 거리를 두는 상인들도 있었다.
오전 9시쯤 구청에서 방역을 나오자 상인들이 "우리 가게도 소독해달라"고 나섰다. 방역 담당자가 소독을 하면 가게를 비워야하는데 괜찮느냐고 물었지만 "지금 가게가 문제가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구청에서 나온 직원은 선별진료소를 아직 찾지 않은 상인들에게 어서 검사를 받고 오라고 재촉했다.
9시40분쯤 찾은 선별진료소엔 12명 정도가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청 직원의 재촉에 진료소를 찾은 상인들 중 3~4명은 검사 대상이 아니란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일부 상인들은 불안하다며 체온만 측정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오전 10시가 넘어가자 가게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는 상인들이 늘어났다. 옷가게에 천막을 치던 한 상인은 "구청에서는 자율적으로 영업하라고 했는데, 이참에 내일까지 쉬려고 한다"고 힘없이 말했다. 2시간 전 '이럴 때일수록 영업을 해야한다'고 말했던 상인의 옷가게도 어느새 문을 닫은 상태였다.
케네디상가가 지하철 4호선 회현역 등과 가까워 유동인구가 많고 감염이 확산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인근 상인들은 이런 우려에 대해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남대문시장에서 40년간 장사를 했다는 60대 상인 이모씨는 "(그동안) 손님이 없어 개시를 못했기 때문에 전파할 사람도 없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40년동안 일하면서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