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바지, 찜통 지하철… 폭우 속 출근전쟁

      2020.08.11 18:00   수정 : 2020.08.11 18:00기사원문
집중호우로 인해 서울 시내 도로 곳곳에서 차량통제가 이어지면서 11일 출근길 대중교통도 크고 작은 혼란을 빚었다.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서울 경의중앙선에 열차가 도착하자 승객들이 쏟아져 나왔다. 바짓단이 축축이 젖은 시민들은 비명과 한숨을 토하며 계단까지 내밀렸다.

평소에도 붐비는 출근길은 이날 이용객이 몰려 '지옥철'이 됐다.

매일 40분씩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는 마모씨(26)는 "비가 오는 날이면 지하철에 사람이 더 많다"면서 "날씨가 습하다 보니 땀이 나고 더운데 사람들과 뒤섞여 가다 보면 여기가 지하철인지 찜질방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수의 시민들은 물기가 젖은 우산을 한 손에 들고 분주히 움직였다. 기나긴 장마에 필수품이 돼버린 우산은 지하철에선 원치 않은 곳에 난 혹처럼 거추장스러워 보였다. 의자에 앉아있던 한 승객은 자신의 앉은키 만큼이나 큰 장우산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서울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을 이용하는 자영업자 김모씨(66)는 "마스크를 써서 안 그래도 답답한데 비까지 오니 불쾌도가 높다"라며 "비 젖은 우산이 다른 사람에게 닿으면 민폐일까봐 조심하는데 열차 안이 만원이라서 어쩔 수 없이 부대끼게 된다"고 전했다.

출근길 버스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정류장에 표시엔 버스 안내판에는 '혼잡'이라고 쓰여진 차량이 다수였다. 도로에는 빗물이 고여 웅덩이가 생겼다. 일부 차량이 웅덩이를 스쳐 지나가면서 정류장에 빗물이 튀었다.

빗길 운전을 피하기 위해 버스를 이용했다는 신모씨(30)는 "운전을 하면 막히고 버스를 타면 붐비고 비 오는 날 출근길은 매번 곤욕스럽다"며 "장마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중부지역은 지난 6월 24일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 49일간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장마 기간이 가장 긴 해로 남게 됐다. 종전 기록은 8월 10일까지 장마가 지속됐던 1987년이었다. 기상청은 오는 16일까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한편 서울 시내 도로 곳곳이 폭우로 통제되면서 주요 도로에서 교통정체가 발생했다. 서울시 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올림픽대로(양방향) 여의상·하류 나들목과 동부간선도로(성수 분기점∼수락지하차도) 진입로가 전면 통제됐다.


또 침수로 양재천교와 영동1교, 사천교 증산교 하부도로가 전면 통제됐고, 개화육갑문 방화대교 남단 하부도로와 양평로30길 성산대교 남단 옆부터 양평나들목 구간, 잠수교, 동작대교 하부 신동아쇼핑센터 지하차도, 당산로52길(당산철교남단→당산지하차도) 등도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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