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요 "한국 거주 베트남 여성들은 왜 한숨쉬나
2020.08.12 11:14
수정 : 2020.08.12 11:14기사원문
"일하던 농장이 폭우와 홍수로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폭우와 홍수 때문에 나처럼 베트남에서 건너온 사람들의 수입원이 사라졌어요." 베트남 유학생 탄 번씨
최장 기간의 장마와 홍수로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베트남 여성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 주한 베트남인들은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사라지며 경제적인 타격을 입았는데 홍수로 인해 또 한번 어려움에 처했다.
12일 베트남 유력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전남 지방에서 거주하는 베트남인들이 이번 장마와 홍수로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는 베트남인 보다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
8년 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후 농사를 짓고 있는 뚜예 흐엉이 대표적이다. 결혼 후 전남 담양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폭우와 홍수로 밭의 80%가 사라졌다"면서 "소량의 고추밭과 오크라밭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3000㎡ 규모의 농장을 남편과 함께 운영하며 한국 내 베트남 커뮤니티에 시금치와 오크라 등을 재배해 공급하고 있다.
흐엉은 "지난 9일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채소 농장을 방문했을 때 허리까지 찬 물이 농작물을 집어 삼킨 것을 보면서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흐엉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집이 침수되어 임시 대피소로 이주해야 했던 담양군의 다른 많은 베트남인들보다 운이 좋다"고 말했다.
광주여자대학교 학생인 리나미도 이번 폭우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었다.
폭우와 홍수로 그가 일하던 공장과 농장이 큰 피해를 입었다. 피해로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농장이 유실되며 그는 일을 할 수가 없게 됐다.
리나미는 여름 방학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로 벌 계획이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일하던 식당에서도 나와야만 했다. 리나미는 "비가 그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광주광역시에 거주했던 전남대 출신의 탄반 씨도 최근처럼 큰 홍수를 경험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몇 시간 뒤 물이 빠지기는 했지만 광주 도심에 있는 반의 학교도 침수됐다.
그는 "한 달 전에 광주가 코로나19 확진이 심했을 때보다 지금 걱정이 더 크다"고 말했다. 탄반은 "올해 코로나19와 자연재해로 한국 내 베트남인들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하노이 주재 한국 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약 6000명이 넘는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 중국여성을 제치고 베트남 여성이 한국인 남성과 가장 많이 결혼하고 있는 것이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