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 하던 스타트업 계약서 무료 배포”
2020.08.12 18:10
수정 : 2020.08.13 16:15기사원문
12일 스타트업 분야 전문로펌인 비트의 최성호 대표(변호사)가 밝힌 '스타트업 계약서 키트(양식 모음)'에 대한 지론이다. 비트는 전자계약 스타트업 모두싸인과 스타트업을 위한 계약서 키트를 2017년부터 제작해 무료 배포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스톡옵션 계약서를 추가한 업데이트 버전을 공개했다.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사이에 주식을 양도하거나 신주를 인수할 때 사용되는 계약서는 건마다 수백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이것을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다.
이날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 만난 최 대표는 "최근에 추가한 스톡옵션 계약서에 대한 반응이 좋다"며 "우리의 역할은 스타트업의 법률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인터뷰 내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선후배"라고 말했다.
사법고시를 본 이유를 묻자 최 대표는 "(학과에) 코딩 천재들이 정말 많았다. 정보기술(IT) 분야 보다 IT를 이해하는 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법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사법연수원에서 나오고 바로 창업했다. 최 대표의 커리어 자체가 '스타트업'이었다. 그는 "당시 우리 과를 나온 법조인이 10명도 되지 않았다. 거기에 IT 베이스로, 개업을 한 건 나밖에 없다"며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개업을 한 2015년에는 '제2벤처 붐'이 불기 시작했다. 개업 5년 만에 변호사 10명이 활동하는 전문 로펌으로 성장했다.
최 대표는 "IT, 스타트업 분야의 로펌이라 채용도 쉽지 않다. 소속 변호사 절반은 이공계 출신"이라며 "면접을 봐도 스마트폰 앱 중에 가장 신기한 앱이 뭔지 물어보곤 한다.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은 젊은 변호사들이라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과도 커뮤니케이션이 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는 주로 스타트업에 대한 법률자문과 VC, 사모투자펀드 운용회사(PE)들의 계약 자문을 맡고 있다. 그는 "처음엔 IT 관련 분쟁사건들을 맡았는데, 점차 스타트업 법률 자문을 많이 하게 됐다"며 "현재는 분쟁해결 보다는 분쟁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타트업에게는 최소한 금액이나 지분만 받고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재밌고 뿌듯하다"고 밝혔다. 실제 스타트업 계약서 키트를 함께 배포하고 있는 모두싸인도 초기에 법률자문을 받던 고객사였다. 현재는 5만4000개 이상의 기업고객과 38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사용하고 예비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스타트업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VC, PE들의 영역인 대규모의 딜(계약)도 대행하고 있다. 최 대표는 "실제로 이 분야의 경쟁력을 어필하고 있다"며 "대형로펌이 오기 애매한 틈새시장이어서 우리가 선점하려 한다"고 귀뜸했다.
최 대표는 또 다른 분야로의 도전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당장은 로펌을 더 크게 키우고 싶다"며 "법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e스포츠 분야에 진출해 규칙을 만들고 성장을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