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베' 노리는 전현직 외무상 3인… 강경행보 경쟁

      2020.08.13 18:02   수정 : 2020.08.13 18:02기사원문
【 도쿄=조은효 특파원】 최근 일본 정가에서 거론되는 차기 총리감 중에는 공교롭게도 전현직 외무상이 3명이나 들어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전 외무상), 최근 강경행보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는 고노 다로 방위상(전 외무상), 모테기 도시미쓰 현 외무상, 바로 3인이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 후 새 외교지형에 대응하려면 아무래도 외무상 출신들이 국제감각면에서 여타 '포스트 아베'들에 비해 한 수 위에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 탓에 이들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벌, 성향이 각기 다른 이들이지만 최근 공통점은 강경행보다.

이중 차기 총리감에 가장 근접한 인물은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이다.
그는 당 총재(아베 총리), 당 간사장(니카이 도시히로)에 이은 당 정조회장(정책위의장)에 해당하는 당3역 중 한 명이다. 그가 속한 기시다파는 패전 이후 군비확장을 자제하며서 경제개발에 주력했던 요시다 노선에 기초한다. 합리적 성향의 온건 보수파라고 할 수 있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지난 2017년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포기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지원했다. 차기 당권확보를 위한 수였다.

아베 총리는 현재까지 "기시다가 차기 총리다"라고 공개 천명은 하고 있지 않으나, 기시다 총리 만들기에 착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는 9월로 예상되는 자민당 간부인사 때 기시다를 당 2인자인 간사장직으로 끌어올려, 총리로 가는 길목을 터줄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외무상 재임 당시인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했다. 한국 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합의였으나, 일본 내에선 "기시다가 아니었으면, 한국과의 협상이 (아예) 이뤄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마이니치신문)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방일 당시엔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미국의 원폭 투하 지역인 히로시마 방문을 성사시켰다.

최근엔 그가 좀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일 반대 결의 등에 가세하는 등 당내 강경파 껴안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다만, 총리감으로서 존재감은 취약하다. 일본 매체들이 매월 실시하는 자민당 내 차기 총리감 조사에서 지지율이 5%대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반면 기시다 후임으로 외무상에 올랐던 고노 다로 방위상은 '돌파력', '추진력' 등으로 최근 포스트 아베 1위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등의 인지도를 맹추격하고 있다.

그는 2017년 8월 외무상 취임 이후 2년여만에 123개국을 방문하는가 하면,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각국 외무상들과 신뢰관계를 돈독히 쌓았다고 한다. 미국 유학시절엔 중동의 부호 친구들과 여럿 사귄 덕에 일본의 대중동 외교도 고노 시대에 활발하게 전개된 측면이 있다. 그의 부친은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 군의 개입과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1993년)의 주인공이다. 부친의 성향은 자민당 내 진보주의자. 그 역시 한반도 문제와 관련 적지않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나 최근에 강경행보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지스 어쇼어 계획 백지화 뒤 '적기지 공격능력'을 던진 뒤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과 상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한국에 대해 강경한 발언이 부쩍 잦아지고 있는 것은 자민당 우파들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현직인 모테기 외무상은 협상력에 있어선 여타 외무상들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90년대까지 일본 정치를 주름잡던 다케시타파 소속이다. 아베 총리가 파벌이 다른 그를 기용한 것은 정치적 라이벌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모테기 외무상은 경제재생상으로 미·일간 새 무역협정을 원만히 마무리하는 등 '일 잘하는' 각료로 아베 총리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료사회에선 '버럭왕'으로 덕장이기 보다는 지장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일 관계에 있어선 아직까지는 성향이 잘 드러나지 않는 편이나, 대체로 강경파의 계보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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