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 나오기 무섭게 팔렸어요"… 서울 식지않는 패닉바잉
2020.08.17 17:57
수정 : 2020.08.17 19:15기사원문
최근 7·10 및 8·4 공급대책 등 잇단 부동산정책 발표에 휴가철 비수기까지 겹쳤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꺾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 매물이 많지 않은 가운데 정부 규제가 아파트 매매값과 전셋값을 오히려 밀어올리자 '더 늦기 전에 매수해야 한다'는 패닉바잉(공포에 의한 매수) 현상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임대차법 국회 통과 이후 급등세를 보이는 전셋값도 가을 이사철을 맞아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 집값을 더욱 밀어올리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시행과 8·4 공급대책이 발표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아파트 매매와 전월세 시장은 좀처럼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주간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8월 둘째주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53% 상승했다. 수도권(0.35%)과 광역시 이외의 기타 지방(0.16%)도 전주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부동산114의 '주간 아파트 시장동향'에서도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전주와 동일한 0.09%를 기록하며 꺾이지 않았다. 경기·인천과 신도시가 각각 0.07%, 0.05% 오르면서 전주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8·4 공급대책이 아직까지 시장에서 효과를 내지는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8·4 대책을 통해 공급부족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려 했지만 정책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데다 임대차 3법으로 전셋값이 오히려 급등하면서 '더 늦기 전에 매수해야 한다'는 실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추첨제 물량이 있었던 개포주공1단지 전용 112㎡에서 155.9대 1의 최고 경쟁률이 나온 데다 정부의 주택공급대책마저 실효성이 없어 실망한 현금부자들이 강남 아파트 매입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 노원구 중개업소 관계자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매수)'한 무주택 실수요자가 최근 아파트 계약금을 입금했는데 매도인이 배액배상할 테니 안 판다고 통보했다"며 "집값이 몇 천만원씩 오르니 집주인의 마음이 바뀐 것 같다"고 전했다.
전세시장도 정부 대책과 비수기인 여름휴가철을 비웃듯 상승세가 여전하다. 8월 둘째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0% 기록하며 전주 상승폭(0.11%)보다 커졌다. 특히 서울은 전주 대비 전세가가 0.41% 상승했다. 매물잠김으로 가격상승만 부채질할 것이라는 임대차 3법의 역설이 현실화된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득세법과 양도세법 개정안이 내년 6월 시행되기 때문에 당장 매매가에 영향을 안 준다"며 "집값 상승이 최소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매물이 부족하면 가격은 더 오르는 게 시장경제 원리"라며 "시장 왜곡을 가져오는 정부정책으로는 이 같은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