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2020.08.18 16:53
수정 : 2020.08.18 18:05기사원문
1980∼1990년대 서울 시내 레스토랑, 커피숍 간판 이름으로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은 흔했다. 샤갈의 마을을 더 애틋하게 만든 이는 시인 김춘수다.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로 시작하는 시(1969년작)도 있다.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로 끝난다.
샤갈이 태어난 곳은 당시 러시아 땅이었으나 지금 위치는 소련연방에서 1994년 독립한 벨라루스의 비테프스크다. 1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로 귀화한 샤갈은 평생 이곳을 그리워했다. 대표작 '나와 마을'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에 그곳 원형이 있다.
벨라루스는 순백을 뜻하는 '벨'과 민족이름 '루스'가 합쳐진 이름이다. 폴란드·러시아·리투아니아 등 주변국은 번갈아가며 이곳을 차지했다. 우크라이나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방사능 낙진으로 국토의 20% 이상이 오염됐다.
대통령은 독립 후 지금까지 26년째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다. 지난 9일 대선에서도 80% 넘는 득표율로 6선에 성공하자 대규모 반정부 불복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참가자들은 루카셴코 퇴진, 부정선거 재선거,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했다. 여당은 친정부 맞불집회로 맞선 가운데 급기야 러시아가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동구권 정치불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