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날 잡았는데"… 코로나 재확산에 울고싶은 예비부부

      2020.08.18 17:33   수정 : 2020.08.18 17:33기사원문
#. 9월 결혼을 앞둔 박모씨(30)는 울상이 됐다. 주춤했던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에 접어들어서다. 박씨는 이미 지난 4월 결혼을 한 차례 미뤘다.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으로 9월 결혼을 준비했지만 불참 의사를 전하는 하객의 수는 늘고 있다. 박씨는 텅 빈 예식장을 떠올리면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다. 한명에게라도 더 청첩장을 건네고 싶지만 민폐가 될까 봐 망설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결혼식 취소와 연기를 문의하는 예비 신랑·신부들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폭증하면서 결혼식에 대한 우려도 커진 것이다.
특히 결혼식에서 하객의 많고 적음은 민감한 부분이어서 업체에선 더욱 긴장하고 있다.

서울 A결혼식장 관계자는 "5월까지 한참 많았다가 점차 줄었던 취소 문의가 지난 주말 쏟아졌다"라며 "당장 눈 앞에 결혼을 앞두고 코로나19가 번지자 결혼식을 망칠까 하는 불안감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고객들은 취소까지 언급했다가 수수료 이야기를 듣고 난감해하더라"고 전했다.

B결혼식장 관계자는 "우리나라 결혼식에서 하객과 축의금, 뷔페는 굉장히 예민한 문제"라며 "고객들은 다수의 하객에게 축하받는 성대한 결혼식을 원하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3자 입장에선 대수롭지 않게 보일지 모르지만 모두 현실적인 문제"라며 "하객이 적게 오면 축의금도 줄기 마련이다. 결혼 준비 비용을 생각하면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방역에 대한 우려도 있다. C결혼식장 관계자는 "뷔페에서 식사하면서 마스크를 쓰기 번거로워 하는 고객이 많다"라며 "우리 입장에선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할 뿐 강요하기 어렵다. 방역 수칙을 지키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다.

올해 결혼 업계는 사상 초유의 불황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에서만 폐업했거나, 신규 예약을 받지 않고 사실상 폐업 준비를하고 잇는 웨딩홀이 18개 이상이다. 실제로 광진구 '다온플라츠컨벤션'과 강남구 '마리에가든' 등이 지난 5~6월 폐업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는 결혼업계의 불황을 뒷받침한다. 통계청의 '5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5월 혼인건수는 1만8145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5% 감소했다. 이는 5월 기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결혼식장을 언급하며 실내 50인 이상의 모임, 행사를 연기하거나 최소한 규모를 줄이는 등 방역수칙을 지킬 것을 권고했다. 19일 오후 6시부터는 결혼식장 뷔페도 코로나19 '고위험시설'로 지정된다.

해당 시각 이후로 결혼식장 뷔페 이용자는 입장 전에 QR코드를 찍거나 출입명부를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 뷔페에 들어갈 때와 음식을 담을 때는 마스크를 써야 하고 공용 집게와 접시, 수저 등을 사용할 때는 비닐장갑을 끼거나 사용 전후로 손을 소독해야 한다.

당장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들은 한숨이 늘었다.
9월 결혼 예정인 김모씨(35)는 "지역감염이 줄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던중 사태가 이렇게 급변해 너무 절망적"이라며 "하객 중 일부는 청첩장 인사 때 미리 못가게 될 것 같다고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백번 이해가 가고 이 시기에 큰일을 치뤄야 해 부담감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결혼식을 망설였다는 예비신랑 김모씨(31)는 "코로나19가 언제 소강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히 미룰 수도 없어서 결혼을 결정했는데 걱정만 는다"라며 "모두에게 축하받고 싶은 결혼식을 이러한 우려속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라고 털어놨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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