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담보대출 앞둔 은행들 '깊어지는 고민'

      2020.08.19 17:31   수정 : 2020.08.19 18:10기사원문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11월부터 퇴직연금 담보 대출 상품을 판매한다. 앞으로 코로나19 등으로 생계가 어려운 직장인들은 퇴직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의 일환으로 이같은 내용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다만 일부 은행들은 근로자들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원활하게 담보권 실행이 될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다.

19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시중 은행들은 8월 초 회의를 열고 이르면 11월 퇴직연금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은행권은 지난해말 기준 퇴직연금 총 적립액 221조 2000억원 가운데 절반 가량인 112조 5000억원을 운용중이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 중에 퇴직연금 담보대출 상품을 갖고 있는 곳은 NH농협은행이 유일하다. 신한은행이 상품을 갖고 있었지만 2017년 경에 법적인 이슈 등으로 상품 판매를 그만뒀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에서는 근로자가 퇴직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무주택자의 주택구입이나 전세금·보증금, 6개월 이상 요양, 파산선고·회생 절차 개시, 기타 천재지변 등의 경우에만 퇴직연금 담보대출이 허용된다. 원칙적으로는 퇴직연금 담보대출은 일부 조건을 충족할 때 가능했지만 은행들은 관련된 대출 상품을 만들지 않았다.

퇴직연금 담보대출 상품이 없었던 것은 담보권 실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경우 대출이 연체됐을 경우 담보권을 실행해야 하는데 퇴직연금은 법적으로 담보가 될 수 없다. 대법원은 지난 2014년 근로자 퇴직연금을 압류 못한다고 판결했다. 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담보 대출인데 담보권 실행이 법적으로 안되면 리스크를 은행이 모두 떠 안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시중은행 중 농협은행은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2010년부터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실적은 그렇게 많치 않다. 18일 기준으로 농협은행의 퇴직연금 대출 잔액은 23억원(204건) 가량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제출했다. 담보대출 요건에 사회적 재난을 포함했고 담보 대출 상환을 위해 중도인출을 가능하게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비교적 확실한 담보물이므로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위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목돈을 조달할 수단이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은행들은 시행령 개정안이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퇴직금 담보대출의 원금 상환을 위해 중도인출을 가능하게 했지만 대출받은 사람이 중도인출을 하지 않으면 강제할 방안이 없다"고 전했다. 결국 담보권 실행이 되지 않는다는 것. 고용노동부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출자에 대한 자체 신용 평가도 하고 퇴직금 담보대출이 실행되는 요건도 엄격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정부 정책에 협조해야 할 법적 의무와 함께 지난 15여년간 퇴직연금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했기 때문에 이제는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대출을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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