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대선용? 물밑협상은 유지
2020.08.23 14:45
수정 : 2020.08.23 17: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1차 무역합의를 두고서 양국간의 물팀 협상도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져 향후 극적 화해 가능성도 엿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정권을 장악한다면 중국의 입김이 강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당선되면 중국이 우리나라를 소유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면 중국 공산당이 정상 국가처럼 행동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 발언록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2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4년이 더 있다면 중국 공산당은 전 세계에서 하는 경제활동과 관련해 정상 국가(normal nation)처럼 행동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비방에도 무역만은 별개 문제
이처럼 최근 코로나19와 홍콩, 기업 제재 등으로 극한의 대립을 이어가는 미국과 중국이 유일한 경제 성과인 1차 무역합의를 지키기 위해 물밑 접촉에 나섰다. 양측 모두 정치 문제에서 상호 비방을 멈추지 않았지만, 무역 부문만은 별개의 문제로 접근했다.
지난 20일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가오펑 중국 상부무 대변인은 온라인 브리핑에서 미중 양측이 대화 일정을 맞추고 있느냐는 질문에 "양국은 이미 조속한 시일 내에 통화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답했다.
양국은 지난 1월에 1차 무역합의에 동의하고 6개월마다 합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첫 점검 회의는 이달 15일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화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됐다.
일부 서방 언론들은 지난 19일 보도에서 양측이 다시 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오 대변인은 회의 참가자와 방식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같은날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중국이 1단계 합의를 잘 지키고 있다며 중국과 무역협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점검 회의가 취소된 이유에 대해 "대규모 무역 합의를 관리하는 절차의 일환"이라며 "일정 문제가 있었다. (회담은) 정상적인 검토"라고 강조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정확한 회의 일정에 대해 언급을 피하면서도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여러 차례 1단계 합의의 진전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며 "(중국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한 조정에도 우리 상품을 많이 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무역관료들 "1차 무역합의 파기 안할 것"
미국의 실무 무역 관료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력한 대중 제재와 미약한 무역량에도 불구하고 무역합의 자체에 대해서는 줄곧 긍정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중국은 지난 1월 1차 무역합의에서 앞으로 2년간 미국 제품 수입을 2017년 대비 2000억달러(약 237조9000억원) 늘린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미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중국이 6월까지 수입한 미국산 제품 규모가 333억달러로 올해 목표치의 47%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중국과 2차 무역합의 논의를 연기한다고 밝히면서도 1차 무역합의 자체를 파기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일단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미국의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는 오는 11월 대선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책임을 외부의 적인 중국에게 전가하면서 무역전쟁의 전리품이자 거의 유일한 경제 치적인 무역합의를 선거까지 유지하길 원한다. 중국 역시 미국발 제재에 경제적 대응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정치적 다툼이 외국자본 이탈로 이어지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조르그 부트케 주중유럽상공회의소 의장은 “중국은 여전히 일부 산업 공급망 부분에서 큰 공백을 가지고 있다”며 “그래서 중국은 미국의 첨단 기술 투자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국은 무역 부문이 아닌 영역에서는 여전히 양보없는 비방을 이어갔다. 가오 대변인은 20일 발표에서 미국이 이달 화웨이를 추가 제재를 가한 것과 관련해 "중국은 이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모든 필요한 행동을 취함으로써 단호하게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정부의 틱톡 퇴출과 관련해서도 "본국 기업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리를 수호하려는 중국 정부의 결심은 굳건하다"며 "미국이 잘못된 행동을 그만두라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같은날 커들로 위원장 또한 "우리는 홍콩의 자유 박탈, 해킹, 방해 공작, 간첩 행위, 중국 독감(코로나19) 초기 그들의 행태, 남중국해 활동 등 여러 문제를 놓고 중국에 화가 났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