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규제 없어요 ^^" 외국인들, 마포·강남 '줍줍 러시'

      2020.08.22 09:58   수정 : 2020.08.22 11: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정부가 법인 소유 주택에 규제 폭탄을 떨어뜨려 매물을 만들자 규제 사정권 밖에 있는 외국인들이 국내 부동산을 대거 사들이면서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세금폭탄에 두손 든 법인

22일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매매 월별 거래주체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법인이 개인에게 아파트를 매각한 건수는 6586건으로, 전월(4851건)보다 무려 36% 증가했다. 지난 2016년 12월(7069건)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법인이 개인에 판 아파트 매각 건수는 올해 1월~5월 2500~3500건에서 6월 4851건으로 크게 증가했고, 7월에도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법인에 대한 규제 강화가 약발이 먹히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법인 보유 주택의 종부세에 대해 최고세율을 단일세율(2주택 이하 3%, 3주택부터 4%)로 적용하기로 했다.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 6억원 공제도 폐지했다. 또 내년 이후 법인 주택을 매각하면 양도세도 늘어난다. 법인이 주택을 처분할 때 양도차익에 대한 기본 세율(10∼25%)에 추가로 10%의 세율을 더해서 세금을 부과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그동안 법인을 내세워 단기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법인을 타깃으로 한 규제로 세금이 늘면서 거래가 많았던 곳을 중심으로 올해 하반기 처분하려는 급매물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 "똘똘한 韓 주택 '줍줍' 기회"

이와 달리 상대적으로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들은 국내 부동산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감정원 통계에서 외국인의 국내 건축물(아파트·단독·다세대·오피스텔 등) 거래는 지난달 2273건으로, 관련 조사를 시작(2006년1월)한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6월(2090건) 처음 2000건을 돌파한 뒤 7월 8.8%(183건)가 더 늘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 988건, 서울 570건, 인천 274건으로 수도권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울에서는 마포구가 55건으로 외국인의 건축물 매입이 가장 많았고 종로구 48건, 강남구 41건, 서초구 38건, 송파구 35건 등 인기 지역의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똘똘한 부동산으로 불리는 주요 거점 지역에 외국인 자본이 밀물처럼 몰리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 국내 주택을 사들이는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 호조에 따른 높은 기대 수익률과 내국인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 때문이다. 비거주 외국인이 고국에 여러 채의 집이 있더라도 국내에 1채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엔 국내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는 과세규제에 적용받지 않는다. 외국인은 해외자산 보유 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아 다주택자라고 해도 사실상 이에 대한 규제가 불가능하다.

또 외국인은 자국 또는 글로벌 은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국내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대출 규제로 한국인 매수자의 돈줄이 막힌 상황에서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외국 돈에 강남 땅 다 내줄라 "역차별 대책 시급"

국회에선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외국인의 주택 거래에 대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소득세법과 지방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외국인이 집을 살 때 현재 표준세율(1∼4%)에 최대 26%의 추가 세율을 적용하고, 양도 시엔 기존 양도세율에 5%의 추가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강남권 등 투자가치가 높은 국내 주택시장이 외국인에겐 기회의 땅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외국인의 투기성 매입을 막지 못한다면 규제의 '역차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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