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가운 벗고 무기한 파업…의료공백 현실화 '눈앞'

      2020.08.23 14:49   수정 : 2020.08.23 16:16기사원문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서울시내 주요 대학병원의 진료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 주요대학병원 일부 진료과에서 당분간 응급실로 오는 중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내부 공지를 내렸다. 신규환자 입원, 외래 진료 예약 축소, 수술일정 조정 등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응급실 중환자 못 받아" 공지도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들이 순차적으로 집단휴진에 돌입하면서 '의료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 22일에는 3년차 레지던트, 이날은 1년차와 2년차 레지던트까지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이나 수련기관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을 받는 인턴 및 레지던트를 말한다.

이에 따라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대형병원은 수술과 진료, 당직 일정 등을 조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24일부터는 전공의의 공백을 메우던 전임의까지 단체 휴진을 예고해 진료 차질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술실의 정상 운영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수술 건수가 20~30%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해당 병원 내과는 당분간 응급실로 오는 중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내부 공지를 내렸다. 일각에서는 세브란스병원 내과 전공의들이 응급실과 중환자실 인력을 남기지 않고 철수한 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과는 종양내과와 소화기내과 등 세부 전공이 포함돼서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전공의가 적지 않은 편이다.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현재는 임상강사·교수 등이 응급실과 중환자실 근무에 투입된 상태다. 파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교수들과 간호사 등의 업무 피로도가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내과 전공의가 다 철수한 건 맞지만 중환자를 받지 못하는 건 병상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병원은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업무를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각 임상과 재량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공의 '의사가운' 퍼포먼스…"의사들 길바닥에 내몰려"

이날 전공의들은 대학병원 앞에서 의사 가운을 벗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대학의원 본관 앞에서는 전공의 50여명이 해당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전공의들은 "의료정책의 결정 과정에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가 반영되기를 바란다"며 "정부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며 10년간 의무 복무를 조건으로 한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을 막무가내로 얘기하지만 정말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냐"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며 “정부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손을 내밀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전공의는 약 500여명으로 이번 파업에는 약 80%가량이 참여했다. 응급, 중환자, 분만, 투석 등 필수 의료 업무와 코로나19 대응 업무는 제외된다.

이날 대한전임의협의회는 24일부터 순차적으로 단체행동에 나서 26일에는 전국 모든 병원에서 전임의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약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육성 등 4개 의료 정책을 철회하면 금일 중이라도 의협은 파업을 중단하고 즉각 진료 현장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코로나19 재확산 속 의사 총파업 사태는 전적으로 정부가 일으킨 것이다.
진료에 매진해야 할 의사들이 진료의 현장을 벗어나 길바닥으로 내몰렸다"며 "불통과 독선, 무지와 독단에 근거한 '4대악' 의료정책을 강행한 정부, 바로 지금 결자해지하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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