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보조금 강제한 애플의 갑질

      2020.08.25 17:26   수정 : 2020.08.25 17:26기사원문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애플의 잠정 동의의결안을 공개했다. 잠정 의결안에는 애플이 이통사에게 떠넘긴 광고비와 수리비 등에 대한 거래질서 개선방안이 포함됐다.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애플의 선제적 조치다.

그동안 애플이 자행한 갑질을 그나마 해소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광고비와 수리비 외에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것은 '최소보조금'이다.
공시지원금, 불법보조금, 판매장려금, 리베이트 등 이통시장에서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되는 수많은 지원금 명칭 중에서도 최소보조금은 사실상 처음 듣는 생소한 단어다.

공정위는 거래질서 개선방안에서 최소보조금의 수준을 관련 법령상 이통사의 요금 할인 금액에 상응할 수 있도록 조정학고, 사정변경 발생시 또는 미이행시 상호 조정 내지 협의하는 절차 도입을 명시했다. 얼핏 보면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이통사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과 같이 애플도 이통사에 최소한의 보조금을 지급해야 할 근거가 생긴 것 같은 착각도 든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애플이 그동안 이통사와 체결한 계약상 최소보조금은 애플의 제품을 판매할 때 이통사가 지급해야할 지원금의 최소 수준을 설정한 것이다. 애플의 경쟁사인 삼성전자나 LG전자가 판매장려금 명목으로 이통사에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방식과 정반대다.

애플은 국내 충성 고객이 많다. 때문에 삼성전자나 LG전자 제품에 비해 짠물 지원금이라는 평가를 받아도 애플 제품은 잘 판매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판매장려금도 주지 않는 애플을 위해 이통사가 높은 지원금을 줄 유인은 적다. 가만히 있어도 잘 팔리는 제품에 굳이 돈을 쓸 이유는 없어서다. 그럼에도 애플은 최소보조금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통사가 쓰지 않아도 될 지원금을 부담시켰다. 수준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보조금 항목을 공정위가 경영 간섭으로 판단한 근거다.

종합적으로 보면 공정위의 이번 조사로 애플이 이통사에 지원금 지출까지 강제해 갑질을 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특히 애플의 행위는 자신의 비용은 하나도 투입하지 않고 이통사의 희생만 강요해 제품을 판매한 뒤 이득만 취한 꼴이다. 남의 지갑을 강제로 열어 본인 잇속만 챙긴 행위는 어떻게 봐야 할까.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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