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가 된 ‘연료비 연동제’… 전기요금 개편으로 이어지나

      2020.08.25 18:11   수정 : 2020.08.25 21:25기사원문
에너지 공기업들이 전반적인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전환점을 맞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본격 드라이브를 걸면서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발전사들의 경영방식도 큰 변화에 직면했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통한 합리적 가격정책 도입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개척을 통한 포트폴리오 재편 및 지속가능한 경영 성과 등 당면 과제가 산적했다.

본지는 '전환기 맞는 에너지 공기업' 시리즈를 통해 혁신의 과제와 대안을 짚어본다.

국내 에너지공기업들이 속속 연료비(원가) 등락과 연동되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연료비 연동제'를 적극 검토하면서 전기요금 체계 개편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미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한국가스공사는 모든 도시가스 용도에 일괄 적용되던 단일 원료비를 용도별로 구분하는 작업을 통해 합리적인 요금 부과를 높이고 있다. 다만 한전의 경우 정부가 물가관리 차원에서 전기료 고정을 선호하고 있어 연료비 연동제 도입이 이뤄질지 예단할 수 없다.

'연료비 연동제' 논의 활발


25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연료비 연동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김영산 한양대 교수는 지난 24일 에너지전환포럼이 주최한 '전기요금 정상화 이행 과제' 세미나에서 기조발표를 통해 "한전의 연료비와 환경정책 비용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이 두 비용을 자동적으로 요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서 '연동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올 들어서다. 지난 2018년 4월 김종갑 사장 취임 이후 한전은 '이익 중립' 전기요금 합리화→산업용 경부하 요금 인상→전기요금 특례 폐지로 원가 이하에 판매되는 전기요금 개편을 주장해왔다.

특히 한전은 올 상반기 내에 연료비 연동제를 포함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시했다.

한전은 산업용을 포함한 모든 전기요금을 연료비·정책비용 등에 연동하는 지속가능한 체계를 희망하고 있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는 지금이 도입 적기라는 말도 나온다.

한전은 올해 전력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저유가 덕에 올 상반기(1~6월 연결기준) 8204억원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한전 영업비용의 60% 정도로 실적을 좌우한 것이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 구조에서 연료비는 한전의 통제불가능 비용으로 전기요금과 연동돼야 할 사항이다. 최소한 전기요금의 총괄원가 보상체계 원칙에 준하는 수준으로 보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물가관리 논리에 물거품 우려


발전업계는 연료비 연동제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전은 유가 변동에 따라 원가를 반영해 전력을 판매할 수 있어 예측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 특히 원가와 다른 낮은 전기요금이 시장가격을 왜곡, 산업계와 가정 등에서 전기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연동제는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전기소비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저유가로 전기요금이 내려갈 경우 주택용은 물론 산업계도 요금인하와 원가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선 맞다.

문제는 유가가 오를 경우다. 전기요금 상한선을 두게 돼있어 무한정 오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산업·가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유가 인상으로 차량용 휘발유(경유) 가격과 함께 전기요금, 가정용 도시가스 및 난방비용이 모두 오른다. 물가인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산업계 또한 제품 생산 등에 필수인 전기요금 인상분을 제품값에 반영할 수 있다. 값싼 전기를 이용해 생산한 농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동제는 가격이 오를 때가 문제다. 전기요금 인상과 연관되는데, 정책적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국가스공사의 연동제 도입 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98년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가스공사는 올해 천연가스 공급규정 개정에 따라 관련 제도의 문제를 보완해가고 있다. 우선 지난 7월 1일부로 신설된 수송용에도 연동제를 확대 적용했다. 특히 모든 도시가스 용도에 일괄 적용되던 단일 원료비가 용도별 특성을 고려한 민수용·상업용·도시가스발전용 등 세 가지 원료비로 분류됐다. 가스 소비 주체의 니즈에 맞게 맞춤형 가격 구조로 개선한 게 핵심이다. 더구나 원료 급등락에 따른 연동제의 불안정한 구조도 손을 봤다. 천연가스 수급 문제 등으로 인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연동제를 일시 유보한다는 통보가 있으면 이에 따르도록 명시하고, 원료비 손익 및 판매물량을 구분해 정산단가를 산정토록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정부가 한전의 전기요금 개편안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연동제 관련,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효율적인 요금 산정이 가능하지만 요금 변동성이 커지는 등 장단점이 있다.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정일 산업부 에너지혁신정책관은 "전기요금 체제 개편은 하반기 계획으로 진행 중이나 상황에 따라 일정이 유동적일 수 있다.
신중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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