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비 횡령' 판결문 조합원들에 배포..대법 “사실적시 명예훼손 아냐“

      2020.08.26 06:00   수정 : 2020.08.26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조합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조합 관계자의 판결문 사본을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것은 공익에 관한 것인 만큼 사실적시에 의한 명몌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상해, 모욕,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보고 2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명예훼손 부분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26일 밝혔다.

택시협동조합 조합원이던 A씨는 2017년 9월 조합 임시총회장인 건물 출입구 인근에서 총회 참석자들에게 “B씨가 조합이사장 C씨랑 같이 회사 돈을 다 해먹었다”라며 조합원을 통해 입수한 B씨의 형사사건 판결문 사본을 배포했다.

B씨는 택시협동조합 발기인이자 금융자문 제공자로 조합의 자금 20억원을 업무상 보관하던 중 2016년 7월부터 4개월간 35회에 걸쳐 1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7년 8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된 상태였다.

그러나 검찰은 B씨에 대해선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가, C씨에 대해선 B씨와 달리 수사기관이 무혐의로 처분한 것을 근거로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A씨를 재판에 넘겼다.
A씨에겐 C씨의 조합 경영에 불만을 품고 욕설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폭행을 가하는 C씨에 맞서 폭행을 해 상해를 입힌 혐의도 적용됐다.

모욕과 상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1·2심은 B씨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에 대해 “A씨의 행위로 인해 잘 알지 못하는 다수의 조합원들에게 전과자로 알려지게 된 점 등에 비춰 A씨의 행위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유죄로 봤다. C씨에 대해서도 “조합 운영에 불만을 품고서 자의적 추측에 근거해 C씨가 실제로 B씨의 횡령에 가담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횡령에 가담한 것처럼 말했다”며 “판결문을 배포하면서 적시한 내용은 객관적 진실과 합치되지 않는 허위”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반면 대법원은 A씨의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보기 어렵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B씨에 대해 “조합의 재산관리 방식이나 재무상태는 조합원들에게 중요한 관심사“라며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은 조합원들에게 공익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사실을 적시한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 또한 공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먹었다’와 같은 속된 표현을 사용했다거나 횡령 판결문에 B씨의 인적사항과 처벌전력이 기재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에게 B씨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C씨에 대해선 ”해당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했다는 점이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