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퇴사 고민하는 맞벌이들 "더이상 쓸 연차도 없다"
2020.08.26 14:42
수정 : 2020.08.26 15:23기사원문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강수련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고교, 특수학교의 수업이 26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자 맞벌이 학부모들은 비상이 걸렸다.
올해 초부터 연차와 돌봄휴가 등을 소진해 가며 아이를 돌봤던 학부모들의 '돌봄 피로도'는 한층 커진 모습이다. 원격수업 전환으로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아이들 간 학습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학교의 원격수업 전환 방침이 나온 직후 각 지역에 기반을 둔 맘카페에선 '연차도, 돌봄휴가도 다 썼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돌보나' '긴급돌봄에 보내는 것도 우려스럽다' 등 학부모들의 탄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서울의 A맘카페 이용자는 "갑작스럽게 정부의 발표가 나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7살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출근해야 하는건지, 회사 눈치 보지말고 무작정 휴가를 써야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경기 지역의 B맘카페에선 한 이용자는 "초등학생이랑 유치원생 두 자녀를 맡길 곳이 아예 없다. 긴급돌봄은 아이가 가기싫다고 하고 또 어쩔 수 없이 '할머니찬스'를 써야 한다"고 걱정했다.
C맘카페에선 '어린이집, 유치원 등원 못할 때 맞벌이 부모들은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이 올라오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친정에 맡기거나 남편과 번갈아 가며 연차를 쓰려 한다' '퇴사까지 고민했는데 회사에서 배려해줘서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죄송하지만 친정 엄마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다' 등 다양한 답변이 달렸다.
앞서 교육부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모든 학교의 등교수업을 중단하고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고 25일 밝혔다. 다만 등교수업이 꼭 필요한 고3은 예외로 뒀다.
원격수업 전환 기간 '긴급돌봄'도 운영한다. 학교 여건과 돌봄 수요를 고려해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돌봄교실당 학생 수는 10명 내외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긴급돌봄 운영에도 '보육대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학부모 상당수가 1학기에 이미 가족돌봄휴가를 소진한 데다가 일부는 여름휴가와 연차를 쓰면서 버티고 있지만 곧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비대면 수업 특성상 수업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초·중·고교생 세 자녀를 둔 홍모씨(46)는 "온라인 수업의 경우 선생님이 직접 학생을 가르치지 않고 다른 교육 영상 등을 틀어주는 경우가 많다. 학교 수업의 질은 떨어지는데 과외·학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학습격차가 날까봐 걱정"이라며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비대면 수업 방식이나 환경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7세, 10세 두 자녀의 엄마인 김모씨(43)는 "원격수업 자체가 쌍방향 수업은 아니기 때문에 초3 남자 아이의 집중력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며 "(1학기 비대면 수업 당시) 수업을 들었는데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을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의 아버지 박모씨(40)는 "학교를 다니다가 집에만 있게 되니 생활 패턴이 다 무너질까봐 걱정"이라며 "교육방송 시간에 맞춰 일어나고 늦게 자고 되고 공부를 등한시하게 될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수록 성장하는 아이들의 추억마저 앗아갈까봐 걱정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씨는 "코로나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면서 일주일에 1번 등교하던 학교조차 '올해는 아예 가지 못하겠구나'라는 걱정이 먼저 든다"며 "학습기회뿐만 아니라 또래 친구들과의 사회화 과정을 송두리째 뺏어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