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파업에 수술 연기 속출..환자 속은 타들어가
2020.08.27 13:22
수정 : 2020.08.27 13:22기사원문
의료계 파업이 이어지면서 병원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해 불편을 겪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상급 종합병원의 전공의, 전임의 등이 파업에 동참함에 따라 의료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 기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인력부족이 심화되면서 수술실과 응급실 등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 "수술 날만 기다려온 환자는 숨 막히고 힘들다"
환자가 대학병원에 방문했지만 수술 날짜를 잡지 못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A씨는 체내에 종양이 발견돼 상급병원으로 옮기라는 소견서를 받았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선 전공의 파업 여파로 수술은커녕 일정조차 잡을 수 없었다. 종양의 크기는 6cm로 암 발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 지방 대학병원에 입원한 B씨는 담낭암 수술을 코앞에 두고 연기 통보를 받았다. B씨는 답답한 마음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전공의와 전임의는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교수 역시 분주한 일정으로 하루 뒤에야 만날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 온라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한 청원자는 "전공의 파업으로 다음주에 잡혀있던 엄마의 암수술이 연기되었다"라며 "파업 전에 이미 잡혀있던 수술건에 대해 연기한다고 하니 납득할 수 없다"라고 적었다. 그는 "정책을 내놓은 정부의 잘못도, 파업하는 의사들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라면서도 "하루하루 수술날만 기다려온 환자와 보호자로서 속절없이 흘러가는 하루하루는 너무나 숨 막히고 힘들다"고 덧붙였다.
또 한 암환자 커뮤니티에는 "갑상선암 수술받기 전에 뇌수막종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현재 크기는 2cm로, 더 자라면 안 좋다고 해서 27일 수술을 앞두고 있었는데 수술이 연기됐다. 이미 일정에 맞춰 병가도 쓰고 아이들 맡길 곳도 부탁해놨는데 무기한 연장이라니 속이 꽉 막힌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 전공의 없이 수술하는 교수들…"버티기 쉽지 않아"
파업으로 인한 부담은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조금씩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파업 첫날인 26일 서울 대형 병원들의 수술은 40%가량 연기됐고, 신규 입원을 받지 않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7일부터는 50% 이상 연기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5일 기준으로 전국 전공의 수련기관 163곳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1만277명 중 비근무인원은 58.3%인 5995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서울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 파업으로 마취과 등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술건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교수들이 현장에서 분주히 움직이면서 급한 수술은 모두 진행하고 있다. 일부 수술이 연기되는건 환자들에게 대단히 송구스럽지만 의료공백을 잘 메우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다만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의료공백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외래진료는 거의 변함이 없지만 수술과 입원환자가 많이 감소했다"라며 "암이라고 해도 바로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다. 긴급한 수술이라면 전공의가 없는 상태에서 교수진만으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교수들의 노력으로 막고는 있지만 이분들도 체력의 한계가 올 수 있지 않나"면서 "하루하루 넘기고 있지만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될 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