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관 실무진 대북 강경책 계속, 北 도발 부르나
2020.08.30 15:37
수정 : 2020.08.30 15: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미국 정부가 정치권 최고위층의 유보적인 대북전략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불법행위 제재를 이어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소장을 내고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 및 돈세탁에 연루된 암호화폐 계좌 280개를 민사 몰수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소장에서 2019년 9월 북한에 연계된 해커가 미국에 기반을 둔 회사의 암호화폐 지갑 등에 접근 250만달러(약 30억원) 어치를 훔쳤고 100여개의 계좌를 동원해 세탁했다고 주장했다.
미 법무부는 지난 3월에도 북한이 2018년 암호화폐 거래소를 해킹해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빼냈고 이에 공모한 중국인 2명을 돈세탁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당시 사건에 연루된 146개의 계좌는 이미 몰수 소송이 진행 중이며 이번에 드러난 280개의 계좌 역시 앞서 사건에서 도난당한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법무부는 미국 암호화폐 기업인 알고랜드블록체인 또한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미 정부가 자국 기업의 피해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라이언 래빗 법무부 범죄국 차관 대행은 "오늘의 조치는 북한 사이버해킹프로그램과 중국 암호화폐 돈세탁 네트워크 간의 계속된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법무부 소송을 두고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북 외교에서 소강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법무와 안보 분야의 미 기관들은 여전히 북한을 국가 안보와 국제 금융체계의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재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26일에도 북한 해커부대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을 이용해 전 세계은행들의 현금을 탈취하려 했다며 ‘사이버 금융 범죄 합동 경보’를 발령했다. 같은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미 하와이에서 열린 강연에서 북한과 관련해 "우리의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북한의 CVID는 우리가 제시한 목표이자 정책"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2018년 6월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CVID라는 표현이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한다고 판단해 용어 사용을 자제해 왔고 한동안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표현을 대신 사용했다.
민간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11월 대선을 의식해 추가적인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미 정부 관료들의 대북 강경책을 이어간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 미 국가정보국(DNI) 북한정보담당관을 지낸 마커스 갈로스카스 스코우크로프트센터 객원 연구원은 27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우려했다. 그는 “미 대선 전에 의미 있는 양측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작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신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10월 10일에 새로운 전략 무기를 공개하고 대선 이후 해당 무기에 대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으면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고 있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 실험은 하지 않으리라고 추정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