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AGAT'로 몰린 '서학개미'…해외 투자 '역대 최고'

      2020.08.30 15:46   수정 : 2020.08.30 15: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대기업 과장 안모(38)씨는 최근 증권사 모바일 주식거래앱(MTS)를 통해 처음으로 해외주식 거래를 시작했다. 미국 나스닥 상장회사의 한국법인에 근무하는 친구 조씨로부터 올해 들어서만 회사 주식이 50% 가까이 올랐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안씨는 "코로나19 이후로 국내 주식이 많이 올랐지만, 미국 주식의 상승률은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해외 주식에도 관심을 가져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해외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를 말하는 이른바 '서학(西學) 개미'의 기세가 맹렬하다. 코로나19 사태로 급락했던 글로벌 증시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강한 반등세를 나타내며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외화증권 결제액 사상 최대
3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28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외화주식 결제대금(매수+매도액)은 1049억달러(약 124조원)를 기록해 사상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이미 지난해 연간 해외주식 거래액(409억8500만 달러)의 2.5배 규모를 넘어섰다.

해외주식 거래액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 2011년 31억달러를 기록했고, 2015년 139억달러를 기록해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2017년 227억달러, 2018년 326억달러, 2019년 409억달러를 기록한 뒤 올 들어 급증세를 보이며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해외 주식 가운데 미국 증시에 집중 투자했다. 미국 주식 거래액은 915억 달러(약 108조원)를 기록해 전체의 87.2%를 차지했다. 이어 홍콩, 중국, 일본 등 순이었다.

종목별로는 미국 대형 기술주 모임인 'MAGAT'(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에 관심이 집중됐다. 28일 기준 미국 테슬라가 90억1256만달러(10조6618억원)로 올해 해외주식 거래액(매수+매도액)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애플 51억9374만달러(6조1441억원), 아마존 39억9776만달러(4조7293억원), 마이크로소프트 39억597만달러(4조6207억원), 알파벳 19억9906만(2조3648억원) 순이었다. 순매수액 기준으로도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1~3위를 기록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선진국팀 팀장은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변화로 비대면, 융복합 기업들이 중심이 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혁신적인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미국 주식의 투자 매력도가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미국 대형 기업들이 주식분할에 동참할 경우 지수 상승세를 이어가게 만드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승장 초입단계” vs “분산 투자로 위험 줄여야”
전문가들은 미국이 당분간 금리 인상을 올리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인만큼 구조적인 장기 강세장의 초입기가 시작됐다는 분석과 거침없이 오른만큼 단기 조정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잭슨홀 미팅에서 '평균물가상승률목표제'(AIT)를 채택해 당분간 2%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허용할 전망"이라면서 “밸류에이션 척도를 보면 과거 닷컴 버블 수준에 근접해 보이지만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아직 버블 시점은 도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기업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지면서 전세계 유동성이 몰리고 있다”면서 “버블이라는 생각에 자산을 모두 뺀다거나, 과도한 수익을 기대해 한 종목에 집중하기 보다는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한 분산 투자를 통해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전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김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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