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조은산-림태주에 “싸움은 이렇게..풍류가 있다”

      2020.08.31 10:56   수정 : 2020.08.31 15: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청와대 청원 글 ‘시무(時務) 7조’를 쓴 ‘진인(塵人) 조은산’과 ‘시집 없는 시인’ 림태주씨가 반박글과 화해의 글을 주고받자,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는 “재미있네. 싸움을 이렇게 하면 풍류가 있잖아”라며 두 사람을 치켜세웠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세금, 인사 등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時務)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글이 올라와 큰 주목을 받았다. 해당 청원은 현재 40만명에 가까운 동의를 받은 상태다.



이에 림태주 시인은 지난 28일 ‘하교_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며 '시무 7조' 청원에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시무 7조’가 신하가 임금에 올리는 상소문이라면 하교(下敎)는 신하가 올린 상소문에 임금이 답하는 형식의 글이다.


림태주는 “너의 문장은 화려하였으나 부실하였고, 충의를 흉내 내었으나 삿되었다. 너는 헌법을 들먹였고 탕평을 들먹였고 임금의 수신을 논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뜻 그럴듯했으나 호도하고 있었고, 유창했으나 혹세무민하고 있었다. 편파에 갇혀서 졸렬하고 억지스러웠다”며 “나의 진실과 너의 진실은 너무 멀어서 애달팠다”고 썼다.

림태주는 또 “너의 그 백성은 어느 백성이냐. 가지고도 더 가지려고 탐욕에 눈 먼 자들을 백성이라는 이름으로 퉁 치는 것이냐”며 “나의 정치는 핍박받고 절망하고 노여워하는 이들을 향해 있고, 나는 밤마다 그들의 한숨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그러자 조은산은 30일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도처에 도사린 너의 말들이 애틋한데 그럼에도 너의 글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안에 것은 흉하다"고 재반박했다. 조은산은 "너의 백성은 어느 쪽 백성을 말하는 것이냐"며 "고단히 일하고 부단히 저축해 제 거처를 마련한 백성은 너의 백성이 아니란 뜻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나는 5000만의 백성은 곧 5000만의 세상이라 했다"며 "너의 백성은 이 나라의 자가보유율을 들어 3000만의 백성뿐이며, 3000만의 세상이 2000만의 세상을 짓밟는 것이 네가 말하는 정의에 부합하느냐"고 지적했다.

조은산은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부탁한다며, "시인 림태주의 글과 나 같은 못 배운 자의 글은 비교할 것이 안 된다. 정치적 입장을 배제하고 글을 평가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림태주에게는 "건네는 말을 이어받으면서 경어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한참 연배가 낮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도 했다.

이후 림태림은 조은산을 향한 두번째 글을 올리며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림태림은 "내 이름을 적시한 선생의 글을 읽고 몹시 기뻤다. 선생의 상소문이 그저 허름하고 잡스러운 글이었다면, 나는 '하교' 따위의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람을 살리는 글을 쓰고자 했으나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상처내는 글이 되었을 때의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정치권도 민심도 극심한 대립과 분열로 치닫는 모습에 암담함을 느낍니다. 선생도 같은 심정일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상소문의 형식을 빌려 그런 글을 썼으리라 짐작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소문 형식 자체가 해학과 풍자가 담긴 새로움을 지녔고, 내용에 공감하는 이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리라 생각된다"며 "선생 글의 형식에 대구를 맞추느라 임금의 말투를 흉내 내었고, 교시하는 듯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리라 믿는다"고 조은산의 글을 치켜 세웠다.

첫번째 반박글은 '전체공개'에서 '친구보기'로 바꾸었다며 "낯선 계정에서 몰려와 하도 막말과 쌍욕으로 도배를 해서 방치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이같은 설전에 진중권 전 교수는 "이것이 풍류"라며 감탄했다.
"두 분, 수고하셨다"는 말도 덧붙였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