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후폭풍..서울 전월세 계약 반토막·半전세는 최고
2020.08.31 18:26
수정 : 2020.08.31 20:52기사원문
■전세 한달 새 거래 뚝… 준전세는 그나마 유지
8월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8월 한달간 서울의 전월세 임대차 계약은 총 607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시가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월간 최저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865건에 비해서는 40.8% 수준이다. 지난 7월 1만1600건보다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서울 전월세 거래가 급감한 건 공급부족과 7월 말 시행된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준전세나 월세 선호가 뚜렷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월세 계약기간이 사실상 4년으로 늘어나고 보증금 인상률이 5%로 제한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초저금리 상황이다 보니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조금이라도 월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이는 보유세 인상 등 집주인들의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형태"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선 줄어든 전세 매물의 일부가 준전세로 전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형태로, 보증금 비중이 월세보다 크다.
실제 서울에서는 8월 1~30일 준전세 계약이 868건 체결됐다. 이는 8월 서울 전체 신고 계약의 14.3%로 올해 최고치에 해당한다. 지난달 10.1%와 비교하면 한달 새 4.2%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준전세와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강남 대표 재건축단지인 대치 은마아파트도 준전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이 인터넷 매물을 집계한 결과 은마아파트는 이날 전세 매물이 10건인 데 반해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매물은 22건으로 2배가 넘는다. 은마아파트는 원래 전세 매물이 월세보다 많았지만, 개정 임대차보호법 시행을 앞둔 7월 23일 이후 전·월세의 비중이 역전됐다.
■우수 학군 전세 씨말라… 맹모들 발동동
전월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우수 학군으로 이사를 고민하던 부모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목동으로 이사를 고민하던 주부 김모씨(41)는 "목운초·중학교 진학을 위해 이사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개정 임대차법과 개정 공인중개사법 시행 이후 인터넷에서 매물을 찾을 수 없다"면서 "이사철이 시작되면 가격도 더 오를 것 같고 매물도 찾기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목운초·중학교를 진학할 수 있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7단지의 경우 2550가구의 대단지이지만 이날 기준으로 전월세 매물은 '0'건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시행 이후 매물을 공유하지 않는 곳들이 있어 발품을 팔면 매물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 우리 부동산에는 전세와 반전세 모두 매물이 없다"며 "자녀 교육 때문에 이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반전세라도 나오면 바로 알려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면 우수 학군지의 전세대란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준전세 비중이 높다는 것은 결국 공급하는 사람들의 힘이 강한 것"이라며 "학군이 우수한 곳에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은 자본력도 풍부해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하려는 수요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