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로 인간의 피 생산… 헌혈 필요없는 세상 가까워졌다
2020.09.01 17:06
수정 : 2020.09.04 13:44기사원문
충북 오창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분원의 미래형동물자원센터. 이곳 연구실에서는 돼지를 이용해 인간의 피를 만드는 연구가 한창이다.
생명공학연구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빅(BIG)사업'에 선정돼 미니돼지 자원을 활용한 범용·맞춤형 인공혈액 개발사업을 진행중이다. 이 연구개발(R&D)은 207억원을 투입해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총 3단계로 이뤄졌다. 생명공학연구원 김선욱 미래형동물자원센터장은 1일 "이번에 인공혈액을 만들기 위한 재료 준비 과정으로 면역결핍 미니돼지 4종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미니돼지 개발은 아직 비공식적이지만 인공혈액 개발로 가는 중요한 첫 걸음이다.
인공혈액 만드는 첫 걸음
혈액은 골수에서 만들어진다. 인공장기를 만드는 것처럼 면역 없는 돼지에 인간의 골수를 이식, 혈액을 생산하는 것이다.
먼저 미니돼지에 사람의 세포나 조직이 들어가면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면역결핍 형질전환 미니돼지가 필요하다. 이 때 돼지 난자의 핵을 바꾼다. 미니돼지의 체세포에서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특정 면역유전자를 제거한다. 그다음 핵을 제거한 돼지 난자에 넣어 유전자가 교정된 핵으로 교환해 주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체세포 핵치환이라고 한다.
이처럼 면역결핍 형질전환 돼지는 분자생물학과 발생공학 기술을 융합해 탄생한다. 유전자가위 분야에서 이승환 박사, 핵치환 쪽에서 심보웅, 송봉석 박사를 중심으로 이 연구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김선욱 센터장은 "면역결핍 형질전환 돼지 4종 개발은 세계에서 네번째이며, 국내에서는 순수 우리 기술력으로 만든 첫번째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해외 특허출원도 진행중이다.
무균 돼지와 골수의 결합
올해부터 진행하는 R&D 2단계는 인간의 골수를 준비한다.
골수에는 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면역과 관련된 세포들이 많이 들어있다. 별다른 처리없이 돼지 몸에 넣으면 인간 세포가 돼지를 공격하게 된다. 이를 위해 인간 골수에 있는 면역 세포들을 제거한다.
이후 면역결핍 형질전환된 돼지와 인간 골수를 결합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살펴보고 타당성을 조사한다.
2022년까지 이 과정을 마치면 2023년부터는 R&D의 마지막 3단계로 넘어간다. 돼지에서 만들어진 혈액이나 혈액 성분들을 실험용 원숭이에 투여해 전임상 평가하는 것이다. 이후 인공혈액을 국민들이 사용하게 하는 일은 기업들의 몫이다. 관심 있는 기업들이 이 기술을 이전받아 공동연구 등으로 인공혈액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연구진이 해외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기초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이유는 산업적으로 이용할 경우 특허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한편, 김 센터장은 이 R&D 사업을 진행하면서 동물 윤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인간 생명 연장에 기여한다는 목적이지만 윤리적 동물 실험을 염두하고 연구원이 보유한 다양한 기술력을 이용해 돼지 이용을 최소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