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하나 말아야하나"…코로나19 확산에 고민빠진 귀성객

      2020.09.02 12:47   수정 : 2020.09.02 13:05기사원문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 추석 승차권 예매일 변경을 알리는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이날부터 이틀간 예정됐던 추석 승차권 예매일정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강화되면서 창측 좌석만 발매하기로 결정했고 긴급 시스템 작업에 오는 8~9일로 연기됐다. 2020.9.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선 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청 사거리 대형 공사장 외벽에 '마스크가 답이다' 캠페인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2020.9.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추석 명절 기간 이동제한 조치를 요구하는 국민청원. © 뉴스1

(경기=뉴스1) 송용환 기자,최대호 기자 = "이동중에 코로나19에 안 걸린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고향집에서도 걱정되니까 이번 추석에는 오지 말라고 하시는데, 고민이 큽니다."

경기 수원시에서 13년째 결혼생활을 이어온 진모씨(43·여·가명)는 추석이 코앞에 닥쳤지만 여전히 고향방문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친정집이 부산인 탓에 설날과 추석 등 1년에 두 차례 방문하는 게 다였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지난달부터 다시 급격히 악화되면서다.

진씨는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으면 기차 예매도 미뤄졌겠냐. 아이들은 가고싶다고 하는데, 부모님은 오지 말라고 하신다"며 "시집이 비교적 가까운 충북 충주에 있다. 남편과 상의해 추석 당일 시집에만 잠깐 다녀올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진씨와 마찬가지로 부산이 고향인 송모씨(47)는 "최근 어머니께서 위암수술을 받아 차례를 지낼 상황이 아니었기도 해서 이번 명절에 내려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며칠 전 안부전화를 드렸는데 가족끼리 모이는 것은 위험하니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며 "고양시에 거주하는 친형도 같은 연락을 받았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싶다. 현재의 심각한 상황이 어느 정도 나아지면 찾아뵐 생각"이라고 전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한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좀처럼 사글라들지 않으면서 이달말 시작되는 추석연휴(9월30일~10월4일) 고향집 방문을 계획했던 시민들의 고민이 크다.

정부 역시 이번 추석 연휴가 코로나19 확산의 또 다른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국민에게 방역을 고려한 연휴계획을 세워달라는 당부를 내놓고 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동안 50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국내 누적 확진자는 지난1일 2만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30일 0시를 기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됐지만 이후에도 하루 감염자수는 200명 중반대에서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난 2주간 감염경로를 모르는 '깜깜이 확진자' 비율도 24.3%에 달해, 언제 어디서 바이러스 전파가 이뤄질지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제주도의 경우 이미 '방문 자제'를 공식화한 상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일 "한순간의 방심이 지역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제주의 청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벌초 시기와 추석 명절에 수도권에서의 왕래를 최대한 자제해달라"는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중식집을 운영하는 최모씨(52·여)는 "근처에 확진자가 쏟아진 사랑제일교회가 있어 심각성을 안다. 이번 추석엔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며 "괜스레 고향집에 갔다 이웃들에게 눈칫밥을 먹느니 안가는 게 낫다고 생각해 그냥 집에서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화성시 거주 40대 주부 이모씨는 "남편이 확진 판정을 받아 지금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받고 있다"며 "추석을 생각할 겨를도 없다"고 토로했다.

수원시 인계동에서 만난 한 고교생은 "다음주에 큰아빠 가족과 벌초 간다고 한다는데 안갔으면 좋겠다"며 "어른들은 코로나보다도 벌초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추석 이동제한 등을 요구하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추석 명절 기간 록다운과 장거리 이동제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청원에 국민 3만5800여명( 2일 낮 12시 기준 )이 동의했으며, '추석연휴를 아예 없애달라'는 청원에도 3100여명이 동의했다.


한편 한국철도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책에 따라 당초 2일과 3일 예정했던 추석 승차권 예매를 오는 8일과 9일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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