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나발니 중독에 화학무기 쓰여, 美獨 강력 반발
2020.09.03 09:14
수정 : 2020.09.03 09:1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미국과 독일 정부가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중독 사건에 옛 소련 신경작용제가 사용된 흔적을 확인하고 러시아의 해명을 요구했다. 러시아는 모르는 일이라며 서방과 공동 조사를 제안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존 울리엇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나발니 조사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규탄했다.
울리엇 대변인은 "미국은 증거가 이끄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러시아에 있는 이들이 책임을 지도록 동맹,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악의적 활동에 대한 자금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불리는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모스크바로 향하는 러시아 국내선에서 의식불명에 빠졌다. 서방 국가들과 가족들은 나발니가 정치 공작에 당했다며 해외 치료를 요구했고 나발니는 지난달 22일 독일에 도착해 치료를 받았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2일 성명을 통해 "독일의 특별 군실험실에서 실시한 실험은 (나발니가 중독된 물질이) 노비촉 그룹의 화학 신경작용제라는 의심의 여지없는 증거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발니가 러시아 내 화학 신경 작용제에 의한 공격의 희생자가 된 일은 경악스러운 사건"이라며 "독일 정부는 이번 공격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노비촉은 옛 소련이 개발한 군사용 신경작용제다. 지난 2018년 영국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 암살 기도에서도 노비촉이 사용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발니를 "독극물을 사용한 살인미수의 희생자"라고 부르며 "러시아 정부만이 답할 수 있고, 반드시 답해야 할 매우 심각한 질문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도 "비열하고 비겁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2일 "환자가 베를린으로 이송되기 전 우리나라는 모든 국제기준에 따라 전면적인 건강 검진을 했으며, 당시 독성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검찰총장이 독일 정부에 공식적인 답변을 기대하며 질의를 보냈다며 "우리 의사들도 공식적으로 정보 교환을 요청했지만, 불행히도 현재까지 독일에서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과 이번 사건 조사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