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독이 악성 유방암에 특효…암세포 죽이거나 억제
2020.09.03 11:07
수정 : 2020.09.03 13:40기사원문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꿀벌의 봉독이 공격적인 유방암 세포를 파괴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영국 BBC에 따르면 호주 과학자들은 꿀벌의 독 속에 있는 멜리틴이라는 물질이 치료하기 어려운 악성 유방암 세포를 죽이는 데 효과가 있음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해리 퍼킨스 의학연구소는 '네이처'의 자매지이자 종양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프리시전 온콜로지'에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일정 농도의 봉독이 한 시간 내로 다른 세포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은 채 암세포를 죽였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다른 농도에서는 독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에 사용된 독은 300마리가 넘는 꿀벌과 호박벌로 부터 얻은 것이며 악성 세포들인 '트리플 네거티브'와 'HER2-enriched'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연구자들은 멜리틴이 암세포를 죽이는 것 뿐 아니라 차단시키거나 성장을 막는 데 효과적인 것이라는 것도 발견했다. 멜리틴은 꿀벌의 독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만 인위적으로 합성될 수도 있다.
트리플 네거티브 세포가 일으키는 악성 유방암은 유방암 중 10~15%를 차지한다. 유방암은 수술과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 등으로 고쳐왔지만 봉독의 효과가 더 입증되면 선택지가 더 늘게 된다.
피터 클링켄 해리 퍼킨슨 연구소 수석 연구자는 "이번 연구는 멜리틴이 세포 복제를 줄이기 위해 유방암 세포 내 신호 전달 경로를 어떻게 방해하는지를 보여준다"면서 "자연 화합물이 인간의 질병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또 다른 훌륭한 예"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실험실 환경에서는 암세포와 싸울 수 있는 화학적 화합물이 수천개 존재하지만 실제로 쓰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독이 실제로 암 치료제로 쓰이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