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시설' vs '지역경제에 유리'…도봉면허시험장 이전 갑론을박
2020.09.04 06:01
수정 : 2020.09.04 10:12기사원문
(의정부=뉴스1) 이상휼 기자 = 서울시내 북부권역 유일한 운전면허시험장인 '도봉운전면허시험장'(노원구 상계동)이 경기 의정부시 장암동으로 이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단체와 시의회 일부 의원 등을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의정부시와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의 의견을 들어보면 사정은 정반대다. 4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의정부시와 교통경찰관들은 오히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을 적극 나서서 유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더구나 의정부로 이전할 경우 관할이 서울에서 의정부시로 변경되면서 기존 의정부 금오동에 있는 '오래되고 낡은' 의정부면허시험장을 '최신식 시설'로 대체할 수 있다.
경찰은 새로운 의정부면허시험장이 들어설 경우 기존 금오동 의정부면허시험장을 '양주시, 포천시, 동두천시' 등 3곳 중 한 곳으로 이전할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럴 경우 의정부시민들은 서울 북부주민들과 함께 장암동 면허시험장을 이용하고, 양주·포천·동두천·연천 등의 주민들은 금오동 면허시험장 이전지를 이용하는 방안이 경찰 내부에서 검토 중이다.
경기중북부권에 운전면허시험장 2개가 생기게 되는 것이어서 지역민들에게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한 시민단체가 의정부시의회에 "반드시 도봉면허시험장 의정부 이전사업을 중단시키겠다"면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시민단체는 "해당지역은 7호선, IC, 도봉산과 수락산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 등을 갖춘 의정부시 최고의 입지로서 시의 미래전략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지역"이라며 "도봉면허시험장 이전사업은 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의정부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지역을 내주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사업은 서울시의 관심사업이며 의정부시 주민 대부분이 반대하는 사업이고 과거 남양주시 이전 추진시 해당 시의회의 강력한 반대 결의를 통해 무산된 사업"이라고 반대 이유를 꼽았다.
시민단체는 이러한 내용을 의정부시의회에 청원했고 일부 시의원들도 반대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시민들을 비롯해 의정부시와 경찰들은 갸우뚱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면허시험장은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이 아니다"면서 "이전을 통해 의정부시에 유리한 방향의 인센티브를 얻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정부시와 서울시는 혐오시설 이전 문제로 앙금이 남아 있긴 하다. 지난 1993년 의정부시는 서울시로부터 '도봉차량기지(서울교통공사 도봉차량사업소)'를 장암동 현 위치로 이전해주는 대가로 인센티브 440억원을 약속받은 바 있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당시 장암동으로 도봉차량기지를 이전한 뒤 서울시는 돌연 태도를 바꿔 이전대가 인센티브 440억원을 줄 수 없다고 배짱을 부렸다. 서울시가 돌변한 이유는 '의정부경전철 환승역사를 '도봉역'으로 했어야 하는데, 의정부시가 환승역을 '회룡역'으로 해서 당초 약속한 인센티브를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로 두 지자체는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판을 구했고 결과적으로 서울시는 의정부시에 140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종전보다 300억원 깎은 것이다.
그 때 서울시로부터 당한 아픔이 있는 의정부시로서는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의 관내 이전을 두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창동 일대 도시개발을 위해 빨리 타 지역으로 이전시키고 싶은 입장이고 의정부시로서는 '인센티브' 협상에 우위를 선점하고 싶은 속내다.
그렇지만 마냥 기다리게 할 수만도 없는 처지다. 장암동 통합이전 대상지역은 '그린벨트'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그린벨트해제 지침을 개정했는데 이에 따라 20만㎡ 미만 규모의 그린벨트를 개발할 경우 올해 안에 주민공람공고 등 입안을 해야 한다. 장암동 이전 대상지는 6만여㎡ 규모라 올해 안에 입안을 못하면 내년부터 그린벨트 해제 문제는 더욱 난해해진다.
이 때문에 신속한 이전을 위해 지난 3월13일 고 박원순 전 시장, 안병용 의정부시장,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함께 모여 '동반성장 및 상생발전 기본협약'을 맺은 바 있다.
3개 지자체가 협약 중인 도봉면허시험장 이전 대상지는 장암동 정선레미콘과 7호선 장암역 환승주차장 사이 일대 6만여㎡다. 시는 그린벨트 해제를 위해 국토부 및 경기도와 사전협의를 진행 중이며 뭍밑에서 서울시 등과 이전에 따른 인센티브를 협상하고 있다.
한편 도봉운전면허시험장 이전 문제로 2017년 서울시와 노원구가 이전 대상지를 용역 검토한 결과 1순위 남양주시 별내지구, 2순위 의정부시 장암동, 3순위 도봉산역 일대로 나온 바 있다. 당시 남양주시의회가 반대했고 별내지구 주민들이 잇따라 반발하면서 이전은 무산됐다.
장암동의 한 주민은 "이전 대상지와 맞붙어 있는 '정선레미콘'이야 말로 흙먼지와 매연을 내뿜는 유해·기피·혐오시설이다. 정작 반대해야 할 것은 교통체증과 먼지·매연을 끊임없이 배출하는 정선레미콘 같은 곳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치르려면 반드시 운전면허시험장에 들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내 북부권역의 유일한 면허시험장이 의정부로 올 경우 의정부시민 뿐만 아니라 서울시민들까지 방문해야 하니까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의정부 외곽에 위치해 승객이 적은 장암역의 경우 서울시민들이 자차보다는 7호선 전철로 오는 편이 빨라 이용객들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경찰 내부에서는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이 장암동에 새롭게 조성될 경우 기존 금오동 운전면허시험장을 보다 더 북쪽인 양주·포천·동두천시로 이전할 계획이다. 따라서 기존 의정부운전면허시험장을 이용하던 양주·동두천·포천·연천 등의 주민들과 분산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전이 실현될 경우 기존 금오동 부지는 의정부성모병원 등의 기관에서 매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