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끼리 싸우게 하지 마라"…이재명 '전국민' 명분이 있다

      2020.09.04 07:23   수정 : 2020.09.04 09:47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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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시장 모습. (자료사진) 2020.9.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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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김혜지 기자 = 추석 명절 이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은 조야에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비판을 받기 딱 좋다는 점을 부정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전 국민 지급론자들은 정치권에서 선별 지급론이 우세해지는 분위기에서도 2차 재난지원금의 보편 지급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보편·선별 복지 논란을 숱하게 겪어왔다.

따라서 전 국민 지급론자들이 선별론자의 재정 부담 우려를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이들은 전 국민 재난 지원에도 선별론 못지않은 확고한 명분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이들은 선별 지원이 국가 미래를 저해하는 계층 갈등을 낳을 것이라 말한다. 반대로 보편 지급은 소득 분계선에 있는 차상위 계층과 세수 대부분을 부담하는 중산층의 불만을 획기적으로 줄일 거라고 본다.

이로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국민 간 적대감을 최소화하고 연대 의식을 키우며, 수조원의 재정 부담을 뛰어넘는 무형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본다.

또 지금처럼 '속도'가 생명인 재난 상황에서는 전 국민 지원이 평상시와 달리 뛰어난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 심사지연 등 행정 실패나 잡음 없이, 지원금을 가장 빠르게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내수 진작과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중소 경제주체에 대한 지원 효과도 기대된다. 즉, 전 국민 재난지원이 얼어붙은 경제에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굶어죽는 식구 놔두고 빚부터 걱정하나…안일해"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현재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과 관련한 막판 협의에 들어갔다. 대표적 선별 지급론자인 이낙연 의원이 지난달 말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선별 지급이 당내 주류 의견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전 국민 지급론자들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민 경제가 IMF 외환위기에 비견되는 불황을 맞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 국가채무를 걱정하는 것은 위기 상황을 제대로 보지 않는 안일한 행동이라는 취지다.

전 국민 지급론의 대표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틀 전 정부 내 선별 지급론자들을 향해 "전례 없는 경제위기에 과거정책을 규모만 키워 되풀이하는 것은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지사는 "유로존 재정위기 연구결과에 의하면 잠재 국내총생산(GDP)이 영구 하락하는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재정을 적극 지출한 경우가 반대 경우보다 재정건전성이 덜 악화됐다"며 "경제위기에 적극 대응을 안 하면 GDP가 작아져 오히려 국채비율이 상승한다"고 역설했다.

국가채무보다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가계부채에 집중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 지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184.2%로, 19개국 평균 130.6%보다 훨씬 높다"며 "재무건전성을 이유로 국가채무에만 관심두기보다 적극적인 확장재정 지출로 가계소득을 늘림으로써 가계부채 증가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증된 내수 진작효과…"낙수 대신 '직수' 효과를"


보편 지급론자들은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데 오히려 전 국민 재난지원이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이미 1차 지원에서 내수 진작효과가 입증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가계지출 증가 덕택에 올 4~6월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 7월 소매판매액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0.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비록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최근 직격탄을 맞은 대면소비 업종에는 특히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매출액은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5월부터 6월 말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도 지난 3월 최저치(29.7)를 찍은 뒤 재난지원금 효과로 인해 4~5월 73.8, 88.3까지 급증했다.

국민 사이에서 '낙수(落水) 대신 직수(直水) 효과'라는 말이 회자됐을 정도다.

내수 활성화는 경제 성장률 선방으로 이어졌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수출 타격이 계속되는 와중 내수 반등에 따라 OECD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 1분기 민간소비는 전기대비 -6.5% 급감했으나, 2분기에는 1.4% 증가로 올라섰다.

이에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국민 재난지원으로 영세한) 소매점·슈퍼마켓·편의점 등의 매출이 올랐다"면서 "재난지원금 효과가 소진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조속히 2차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원구분→계층갈등…국가 미래에 거꾸로 부정적"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경우 선별 지원은 긍정보다 부정 효과가 훨씬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승호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두가 힘든 재난 시기에 복지 경험 비율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국가가 일부 취약계층만 돕겠다면, 중산층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 결과로 중산층은 추후 정부의 증세나 복지 확대 시도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원대상 구분이 깔끔하지 않다는 점도 논쟁이 예상된다.

앞서 정치권이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두고 소득 하위 50~70%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많은 국민은 자신의 지급대상 여부를 판별하지 못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 어떤 이는 '유리지갑'처럼 소득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반면, 어떤 이는 '불투명한' 소득으로 풍족하게 살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백 교수는 "지원금이 중복 지급되는 경우와, 누구는 받는데 누구는 받지 못한다는 식의 불만이 생길 수 있다"면서 "이것이 사회적 비용이다. 경제적 비용도 중요하나 국민들 사이 갈등을 만들지 않는 사회적 비용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당에서는 이러한 지적을 감안해 복잡한 소득 기준을 버리고 자영업자 등 특정 취약계층에게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계층 간 차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백 교수는 "선별 지급의 부정적인 결과는 결국 취약계층에게 전해질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 이후 복지 정책을 생각하는 장기적 관점에서, 재난지원금은 모두에게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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