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영향, 중소형 로펌 '울상'..대형로펌 '선방'
2020.09.06 15:26
수정 : 2020.09.06 15: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들어 코로나19가 더욱 확산세를 보이자 변호사 업계가 울상이다. 의뢰인들이 법적 싸움을 앞두고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무실을 찾지 않는 데다 법원 휴정기로 업무가 마비되고 있어서다. 변호사 수임료 등 수익은 당연히 타격을 받고 있다.
■중·소형 로펌 일부, 폐업하기도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코로나 감염 사태가 다시 확산되자 중·소형 로펌이나 법률사무소를 찾는 의뢰인들의 발길이 올초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다.
서울 서초 및 강남 일대에서 폐업하거나 휴업한 소형 로펌만 20여곳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재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167명 늘어 누적 2만1177명에 달하는 등 집단 감염이 본격화 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여파로 최근 법원행정처는 중요 사건을 제외하고 전국 법원에 2주간 휴정기를 권고하면서 전국 각급 법원들도 지난 4일까지 휴정기에 돌입한 바 있다. 청주지법 등은 동·하계 휴정기에 준하는 재판기일을 2주 더 연장하기도 했다.
변호사 업계는 법원이 휴정기에 돌입하고, 의뢰인들이 사무실 방문을 꺼리면서 수임료 등 수익금이 지난 1·2월보다 절반가량으로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서초동 한 법률사무소의 A변호사는 "매달 대략 의뢰인 100여명이 사무실에 방문했는데, 이번 달은 불과 30여명만 찾아왔다"면서 "서초동 월세비와 인건비가 고액인지라 사무실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B변호사도 "의뢰인들이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면 사무실을 찾을 것 같다. 이 때문에 한동안 정상 업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임료 타격을 많이 받을 것"이라면서 "수익이 없다 보니 사무실 직원들에게 위로금을 주고 해직을 해야 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의뢰인과 거리를 두고 상담을 진행하면서 생기는 애로사항도 있다고 했다. 목소리가 작거나 발음이 부정확한 의뢰인의 경우 몇번 되풀이 해서 듣기도 한다는 것이다. 소형 로펌의 C변호사는 "의뢰인과 내가 서로 마스크를 착용한 데다 거리를 많이 두고 상담하다보니 대화 내용조차 잘 들리지 않는다"며 "코로나 사태가 빨리 종식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일부 변호사는 코로나 확산 사태로 의뢰인들의 발길이 끊기자 수임료 할인 혜택 등을 내걸고 의뢰인을 끌어들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D변호사는 "소액 사건 기준으로 기존 수임료가 500만원이라면 지금은 200만~300만원으로 낮추는 변호사가 많다"며 "이렇게 해도 인건비나 제대로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형로펌, 대기업 수임 '쇄도'
이에 반해 대형 로펌들은 대기업들의 송무·자문 등 수임 쇄도로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
화우는 최근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기소한 삼성합병 의혹 사건을 비롯해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인보사 관련 종합적 법적대응 △하이트진로를 대리해 테라 맥주병의 특허침해 주장 관련 법적대응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퀄컴과 공정거래위원회의 1조원대 과징금 처분 불복 행정소송 대리 △빗썸 등 해킹 관련 집단소송(승소) △라임 등 사모펀드 부실 관련 사건 대응 △대만 퉁이그룹의 웅진식품 매수 자문 △한화-공정위 일감몰아주기 혐의 사건 자문 등을 맡고 있다.
지평은 △SK케미칼을 대리해 한앤컴퍼니·바이오에너지 사업부문 영업양수도 거래에 대한 법률자문 △유안타증권를 대리해 유안타증권이 주관하는 캄보디아 ACLEDA 은행의 캄보디아 증권거래소(CSX) 상장 자문 △SK바이오팜을 대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자문 △카카오엠을 대리해 음악저작권 및 저작인접권료 정산소송 △하이트진로를 대리해 디자인 권리범위 확인 심판 등을 수행하고 있다.
세종은 △롯데케미칼과 GS에너지의 JV(롯데GS화학) 설립 관련 롯데케미칼 측 자문 △SK E&S의 다윈에너지 지분 인수 △카카오엠 신주 매각 자문 등을 맡는 중이다.
광장은 △대한항공의 기내식·기내면세점 사업 매각 자문 △EMC홀딩스 인수 자문 △국내최대 환경플랫폼 기업인 EMC홀딩스 인수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관련 분쟁 자문 △코스닥 상장사인 감마누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한 상장폐지취소 소송(승소) 등에 나섰다.
율촌은 △배달업체·IT 기업 등 언택트 비즈니스 업체에 대한 자문 △위성방송서비스업체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인수 자문 △물류센터 투자 등 부동산 거래 자문 △기존 사업역량 강화를 위한 중·소규모의 전략적 기업인수합병(M&A) 등 다수의 대기업 사건을 진행 중이다.
율촌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다들 어렵지만 합심해서 지금까지는 나름 선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기업과 함께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