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도소 진실공방.."숨진 고대생 전화 포렌식 해야"

      2020.09.06 15:59   수정 : 2020.09.06 15: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성범죄, 살인 등 사회적 공분을 산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임의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된 고려대학교 학생 A씨(20)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6일 고려대학교 커뮤니티 '고파스'와 경찰 등에 따르면 고려대 19학번 재학생 A씨는 지난 3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디지털교도소 관계자들에 대해 수사 중이다.



디지털교도소는 앞서 지난 7월 "A씨가 지인을 능욕하려 했다"며 A씨의 정면 사진과 학교, 전공, 휴대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지인능욕이란 지인의 얼굴에 음란사진을 합성해 온라인 상에서 공유하는 것을 가리킨다.


A씨는 디지털교도소에 이 같은 게시물이 올라오자 사실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지난달 12일 고파스 게시판을 통해 "디지털교도소에 올라온 사진과 전화번호, 이름은 제가 맞다. 다만 사이트에 올라온 그 외의 모든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7월 8일 오후 11시경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이 됐다는 문자가 와서 URL(인터넷주소)을 누른 적도 있고 비슷한 시기에 모르는 사람한테 핸드폰을 빌려준 적도 있긴 합니다만 정확한 연유는 모르겠다"며 "휴대전화 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후 A씨와 같은 과 동기라고 밝힌 이모씨는 "방학동안 연락이 통 닿지 않아 뭐하고 궁금해하고 있던 차에 청천벽력 같이 친구의 죽음을 맞게 됐다"며 "A는 온갖 악플과 협박 전화, 문자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7월에 한 번 쓰러졌었다. 힘들면 힘들다고 털어놓기라도 하지, 바보같이 착한 A는 끝까지 친구들한테는 도와달라고 한마디도 않다가 결국 강을 건너고 말았다"고 말했다.

A씨가 재학했던 학과 학생회는 "A씨의 억울함을 풀고 사실 관계를 파악해 알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A씨 유족 측은 디지털교도소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디지털교도소 측은 여전히 A씨가 실제 가해자라고 주장했다. 디지털교도소 측은 사건의 피해자인 A씨의 지인으로부터도 연락을 받았다면서 "피해자 측과 A씨의 실제 지인들은 목소리 파일 확인 결과 A씨가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일각에서 A씨가 억울하게 디지털교도소에 박제됐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는 거짓 주장으로 절대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인이 정말 누명을 썼다고 생각한다면 A씨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과 음성파일 성문대조를 통해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