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선' 상륙 예측못한 韓 기상청..美·日보단 정확
2020.09.07 15:06
수정 : 2020.09.07 16:14기사원문
우리나라에 상륙하지 않고 동해상을 관통할 것으로 예측됐던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울산에 잠시 상륙한 뒤 강릉으로 빠져나가면서 기상청 예보시스템의 정확도가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다만 미국·일본 기상청보다는 정확한 경로를 예보해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다. 당초 미·일 기상청은 하이선이 한반도를 남북으로 관통한다고 예보한 바 있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하이선은 오전 9시경 울산에 상륙한 뒤 오후 2시경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이는 기상청이 당초 발표했던 예상 진로보다 서쪽으로 다소 치우친 진로다.
기상청은 이날 새벽 하이선이 우리나라에 상륙하지 않고 동해안에 인접한 채 북상한다고 발표했다. 아침 8시 부산에 50㎞까지 최근접한 뒤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경로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변동으로 진로가 서쪽으로 약간 이동해 울산으로 상륙한 것이다.
기상청은 지난 8월 집중호우 당시 예보 정확도 논란에 휩싸였다. 기후변화 등으로 국지적인 날씨변화가 잦은 탓에 일기예보가 자주 빗나갔다. 이에 해외 기상청 예보를 더 신뢰하는 '기상망명족'까지 등장한 바 있다.
그래도 이번 '하이선' 예상 진로는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나 일본 기상청에 비해 훨씬 정확했다. 두 기관 모두 하이선이 경남 내륙에 상륙해 남북으로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앞선 제8호 태풍 '바비', 제9호 태풍 '마이삭'도 역시 한국 기상청이 더 정확했다. 바비는 북한 신의주에 상륙할 것으로 예측한 미·일 기상청과 달리 황해도 옹진반도 부근에 상륙했다. 한국 기상청의 예보대로였다. 마이삭도 한반도를 관통한다고 예측한 해외 기상청과 달리 한국 기상청의 예보대로 경남 남해안에 상륙해 동해로 빠져나갔다.
기상청 관계자는 "하이선이 우리나라에 상륙하긴 했지만 기존 경로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태풍 위치를 핀셋처럼 집어서 맞추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한 방재전문가는 "방재 관점에서는 중심 반경 부근 지역이 모두 위험하다"며 "특정 장소 상륙을 강조하는 건 되레 다른 지역의 안전불감증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