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독점 규제, 혁신 싹까지 자를라
2020.09.07 18:05
수정 : 2020.09.07 18:05기사원문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정착되면서 온라인 플랫폼 확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올 연말까지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5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111조원, 지난해 135조원에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덩치가 커지면 각종 제약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문제는 무조건 덩치가 크다고 독점적 지배자로 모는 것은 자칫 혁신을 막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규제를 앞세운 과잉입법은 신중해야 한다. 자칫 역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넷플릭스가 통신사에 망이용료를 내지 않아 만들어진 '넷플렉스 무임승차 방지법',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 영상을 공유해 사회문제가 된 'n번방 방지법' 등이 좋은 예다. 해외 IT기업을 겨냥한 규제가 오히려 국내 인터넷기업과 스타트업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규제의 역설은 또 있다. 2007년 인터넷실명제가 시행되자 유튜브의 시장점유율이 4.5%에서 2013년 70%로 치솟았다. 규제하려다 남 좋은 일만 시킨 꼴이다.
공정위는 이르면 이달 안에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내놓을 예정이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포털에 대한 규제의 신호탄이라는 우려도 있다. 온라인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빅테크들의 갑질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섣부른 규제는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고 빅테크의 정당한 권리마저 침해할 수 있다. 규제를 앞세운 선무당이 사람(기업) 잡는 우를 범하도록 해선 안 된다. 공정위는 공정과 혁신 사이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플랫폼 독점은 미국에서도 큰 이슈다. 의회는 지난 7월 말 아마존·애플·구글·페이스북 등 4대 빅테크 최고경영자들을 화상으로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 당시 맷 가에츠 하원의원(공화당·플로리다)은 빅테크를 '디지털 토지 수탈자'로 규정했다. 미국 법무부는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에 대해 반독점 소송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하지만 한편에선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제기된다. 우리 역시 빅테크를 규제할 때는 글로벌 시각에서 국익까지 고려하는 신중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