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식 자기주장 만연…정치권 갈등조정 역할 시급
2020.09.08 17:12
수정 : 2020.09.08 17: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소통과 협상의 부재가 대한민국을 일방통행식 독선 사회로 만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에 신뢰와 유대에 기반한 사회적 자본이 메말랐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뿐만 아니라 각 사회 주체들이 대화와 타협에 눈과 귀를 닫고 일방적 자기 주장만 펼치는 현 세태가 국민권익위의 고충접수량 폭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익위로 모이는 갈등
문재인 정부에서 유독 갈등 사례가 부쩍 표출되는 것은 정부,기업, 국민,사회단체 등 모든 사회주체들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권 들어 '적폐 청산' 기치를 걸면서 보수와 진보간 진영논리가 모든 사안을 놓고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집권여당이 당정청의 힘으로 부동산정책과 기업 규제 정책 등을 밀어붙이는 행정 방식도 상대편 이익집단과 충돌을 부르고 있다. 노사정대타협을 거부한 민주노총은 집단의 이익을 추종하는 사례로 거론된다.
양측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갈등이 정점에 달해 결국 권익위의 고충 접수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6월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 추진이 서울시의 일방적 문화공원 지정 추진 등에 따라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서울시의 행정절차 진행을 막아달라고 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냈다. 이에 지난달 20일 권익위는 1차 회의를 열었고 2차 회의 일정을 조율 중이다.
권익위의 행정편의 시스템도 갈등 사례들이 몰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6월 취임한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적극 행정'을 내걸었다. 이에 권익위는 '6·17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 발표일 전후인 6월8일부터 7월19일까지 약 한 달 동안 국민생각함을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아울러 대학교 내 비대면 수업에 대한 등록금 환불 요구가 빗발치자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서는 등 현안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익위가 갈등 해결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 배경은 높은 수용률도 한몫했다. 행정 처분에 대해 권익위가 권고 처분 등을 내리면 대다수 행정 당국에서 이를 수용하기 떄문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 7월까지 총 4848건을 각 기관에 권고했다. 이 중 91.6%인 4440건이 받아들여졌다. 378건(7.8%)은 수용되지 않았고, 30건(0.6%)은 수용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정치권 '갈등 조정' 역할 복원 시급
갈등 해결 장치보다 충돌에 이어 권익위에 쏠리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 갈등 조정이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정부와 여당 등 정치분야에서 갈등의 조정 부재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회 갈등이 좀 더 첨예화되고 표면화 돼 있는 게 특징"이라며 "온라인 등으로 갈등을 표면화할 수 있는 수단이 더 쉬워지는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권익위의 '적극 행정' 역시 순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익위는 전 위원장 취임 이후 지난달 13일에는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국민 의견을 이미 발표했고 이달 10일부터는 '대학등록금 반환' 관련 설문조사도 벌였다.
지난달 12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설문조사에는 객관성이 결여돼 논란을 낳았다. 지난달 14일 김영록 전남지사는 '권익위 국민의견조사 참여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에서 "권익위의 설문 결과가 우리 도의 핵심과제인 의과대학 설립 추진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각 시군·출연기관에서는 '모든 직원'과 지인분들이 설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밝혔다. 권익위의 설문조사가 민간 여론조사와 달리 표본 보정 등 통계적 작업을 전혀 거치지 않아 민의가 왜곡될 소지가 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만, 국민권익자문위원인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권익위는 다른 부처와 달리 일종의 '소프트 파워'를 활용해 올바른 규범으로 유인하는 기능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