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논란 '관짝소년단' 패러디...사회적 금기?

      2020.09.10 07:35   수정 : 2020.09.18 09: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8월, 의정부고 학생들이 ‘관짝소년단’으로 불리는 가나의 독특한 장례문화 밈(meme)을 패러디했다.

이에 대해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는 인종차별이라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특히 얼굴을 갈색으로 칠한 점을 강조했다.



오취리의 반응에 대한 여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부 네티즌은 오취리가 너무 예민하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네티즌들은 의정부고 패러디는 인종차별이 맞다는 의견을 내놨다.


■ ‘블랙페이스’, 美남북전쟁부터 이어진 인종차별 분장

블랙페이스란 흑인이 아닌 사람이 흑인을 모방하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하는 것을 뜻한다. 의정부고 학생들이 얼굴을 갈색으로 칠한 것도 이에 해당한다.

블랙페이스의 역사는 미국 남북전쟁 전후 시기인 18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행했던 프로그램 ‘민스트럴 쇼(Minstrel Show)’에서 블랙페이스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흑인 노예의 삶을 희화화했다. 백인 배우들이 구두약 등으로 얼굴을 검게 칠하고 찢어진 옷을 입은 채 우스꽝스러운 춤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대부분 백인이었다.

반면 당시 돈 벌기가 쉽지 않았던 일부 흑인들은 생활비를 위해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 억지로라도 출연해야만 했다. 따라서 그들 자신도 얼굴을 더 검게 칠하고 우스운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 ‘금기’가 된 블랙페이스.. 여전히 남아있다?

1965년 미국에서 투표권법이 시행됐다. 흑인을 포함한 소수민족들이 미국 내에서 투표권을 갖게 된 법이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민스트럴 쇼는 대중성을 잃었다.

노예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블랙페이스는 흑인을 모욕하는 인종차별적 행위로 여겨진다. 특히 흑인들 사이에서는 문화∙사회적 금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블랙페이스가 종종 보인다.

작년 2월 이탈리아 패션업체 구찌는 터틀넥 스웨터를 선보였다. 하지만 블랙페이스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나 온∙오프라인 판매를 모두 중단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또한 국내 개그 프로그램이나 콘서트에서도 블랙페이스 논란이 종종 일어나곤 했다.

의정부고 학생들의 패러디가 인종차별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여론은 인종차별을 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사회학자 오찬호는 “어떤 행위가 차별인가 여부는 행위자의 의도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손희정 평론가는 “설령 오취리가 과거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고 해도 그건 오취리가 반성할 문제지 블랙페이스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omzuni@fnnews.com 이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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