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6개월 남았는데… 업계 "시행령 몰라 대비 못해"

      2020.09.09 17:35   수정 : 2020.09.09 18:30기사원문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골자로 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보고 및 이용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법의 세부 규제 내용을 정한 개정 시행령 초안이 여전히 공개되지 않아 업계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금법은 규제법이어서 법에서 규정한 가상자산 사업의 범위, AML 의무를 지게 되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범위 같은 구체적 사안들이 시행령에 구체화 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 정부의 초안이 드러나지 않아 정작 가상자산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자신이 규제대상에 포함되는지를 판단하고 대비하지 못한채 안절부절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AML등 법이 정한 의무를 따르기 위해서는 수억원의 비용과 6개월 이상 걸리는 시스템 투자가 필요한데, 규제 적용 사업자 범위를 알 수 없으니 투자결정을 내리지 못한채 시간만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시행령 몰라 사업준비 못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상자산 업체들은 내년 3월 시행될 특금법의 요구사항에 대해 대비하지 못한채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비트, 빗썸 등 일부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1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AML시스템을 구축하고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 등 특금법 요구 사항들을 갖춘 상태다. 거래소는 특금법 규정에 의해 명확한 규제 대상에 포함돼 빠르게 투자결정을 내리고 정부 신고를 위한 채비를 갖출 수 있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가상자산 지갑서비스나 가상자산을 이용한 핀테크 서비스, 탈중앙 금융(디파이, DeFi) 등 다른 사업 분야는 시행령안이 공개돼야 규제 대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니, 시행령 내용을 모르는 기업들은 법률이 요구하는 준비를 할 수 없는게 업계의 현실이다.

"수억 투자비 부담, 규제 확인 뒤 투자"


실제 가상자산 업계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은 AML 시스템 구축 비용과 소요시간 등 특금법 요구 조건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가상자산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규제의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수억원을 들여 AML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늦더라도 규제 내용을 확인한 뒤에나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털어놨다.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업계는 작은 정보에도 민감한 반응이다. 이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특금법 시행령 의견수렴을 위한 간담회를 열면서 시행령 예상 방안을제시했는데, 가상자산 거래소, 가상자산 수탁 사업자,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업자만 특금법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제시했다.

FIU "시행령 개정 신속 추진할 것"


문제는 시간이다. AML시스템, ISMS 인증, 실명계좌 발급 등 정부의 신고 의무사항 들이 모두 6개월~1년 가까이 시간이 걸리는 일 들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사업을 하고 있던 가상자산 기업들은 내년 9월까지 AML, ISMS, 시중은행의 실명계좌 등 요건을 갖춰 정부에 신고를 마쳐야 한다. 당장 사업 신고를 위한 준비에 나서도 시간이 빠듯한게 사실이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FIU도 이같은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시행령 초안 작성 및 관계부처 협의 및 업계 의견 수렴과 이를 시행령 안에 반영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게 FIU의 설명이다.


FIU 측은 "일반적인 시행령의 경우 입법예고를 해놓고 의견 조율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특금법 시행령은 국회, 정부부처, 업계 등 사전에 협의해야 하는 주체가 많다"며 "기존에 가상자산을 다룬 법이 없이 없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의견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보니 입법예고까지 시행령 개정안 내용은 계속해서 변할 것"이라 말했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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