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먹을 거면 낮술로 시작”…2.5단계에 달라진 술집 풍경

      2020.09.10 06:01   수정 : 2020.09.10 10:18기사원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주점과 음식점이 영업을 조기 종료하고 있는 가운데 7일 저녁 9시경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손님들이 식당을 나서고 있다. 안쪽에서는 직원이 손님이 떠난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2020.9.7 /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30일 오후 9시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이날 수도권에서의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오후 9시부터 영업제한 조치되자, 인근 주점들이 문 앞에 안내문을 써붙이고 모두 문을 걸어 잠갔다.

동시간대 북적이던 거리는 발걸음이 뚝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2020.8.30/뉴스 © News1 박아론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주점과 음식점이 영업을 조기 종료하면서 심야 먹거리 수요가 편의점으로 쏠리고 있다.
7일 저녁 9시경 한 시민이 서울 시내 편의점에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영업이 종료된 음식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9.7 /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경기=뉴스1) 박대준 기자 = “달랑 2시간 먹고 끝내기는 아쉽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강화된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 실시 이후 밤 9시 이후 모든 식당과 주점에서의 영업이 중단되자 거리에서는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도심 상가 밀집지역은 밤 10시 이전부터 대부분의 업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유럽의 거리에서나 볼 수 있는 적막감마저 돌았다.

대신 이들 거리의 주점들은 대낮부터 야외 테라스에서 버젓이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9일 점심시간이 끝난 뒤 저녁장사를 준비해야 하는 오후 2시께 경기 고양시의 대표 먹자골목인 장항동의 한 상가지역 야외 테라스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야외 테이블에서 고기를 굽는 중장년층 손님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가벼운 옷차림이어서 근처 오피스텔에 사는 주민처럼 보였지만 모두 직장인들이다.

한 중년 남성은 “자택근무 중인데 집에 있기 답답해서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나왔다”며 “회사에서 알면 곤란해지지만 오랜만에 가까운 사람들과 회포를 풀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파전집에서 만난 또 다른 남성은 “요즘은 퇴근 후 술자리가 있어도 7시에 모여 고작 2시간 앉아 있으면 끝내야 해서 아쉬웠다. 그래서 오늘은 조퇴를 하고 나와 편하게 시간 걱정 안 하고 술을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화정동 로데오거리의 한 주점 대표는 “전에는 오후 5시에 가게 문을 열었지만 낮부터 술자리를 하는 손님들이 많다는 이야기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이번 주부터는 오후 2시부터 문을 열고 있다. 의외로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이 낮 손님으로 많이 온다. 날씨가 화창했던 어제(8일)는 오후 5시에 8개 테이블이 만석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직장인들 사이 낮술 문화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저녁 식사자리가 짧아지다 보니 평소 만나던 친구와 업무관련 술자리를 잡기가 힘들어 아예 일찍부터 술자리를 갖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직장인들의 경우 낮술을 위해서는 연월차 사용이나 조퇴가 필수다.

경기북부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9월 들어 직원들의 조퇴 신청건수가 평소에 비해 20% 가까이 늘었다. 2~3시간 일찍 퇴근하는 직원들에게 살짝 물어보면 대부분 식사자리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또한 최근 직장별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회사 몰래 밖에서 낮술을 하는 직장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은 전용 프로그램으로 GPS추적과 정기적인 로그인을 통해 자택근무지 이탈 등을 통제하고 있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확보하지 못한 회사들의 경우 전화 외에 근무지 이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재택근무의 1차 목적이 코로나19 확진자와의 접촉 차단이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압박도 심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 이날 주점에서 만난 한 남성도 “오전에 오늘 처리할 업무를 모두 끝내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동네 친구를 불러 술 한잔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아무리 느슨한 재택근무 형태라도 나중에 개인카드 사용내역 조회 등으로 근무지 이탈 등이 들통나 낭패를 볼 수 있다”며 경고했다.

한편 업소들의 밤 9시 마감은 대기운전 업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새벽까지 거리에서 전화기를 들고 서성이던 대리기사들이 실종됐다.

대리기사 이모씨(62)는 “밤 10시 전후로 대리 호출이 뚝 끊긴다. 어쩌다 오는 호출은 지인 집에서 술을 먹은 취객이지만 주점에서 호출 받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의 취식도 밤 9시 이후 금지되면서 인적이 뜸한 공원 등지에서 마지막 술자리를 갖는 취객들도 늘어났다.


편의점이 가까운 아파트 단지 주변 공원의 정자는 ‘명당’으로 불린다. 2~3팀이 붙어 앉아 편의점에서 구입한 간편 안주와 술을 먹으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고양시 관계자는 “일부 사람들은 어렵게 술자리 마련했는데 금방 끝나는 건 ‘대리비’만 아깝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 또한 ‘모두 조금만 버티면 금방 지나간다’는 생각으로 조심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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