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드워드에 핵전쟁 위험하니 "김정은 조롱말아야" 요구
2020.09.10 15:55
수정 : 2020.09.10 15:55기사원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마치 “팔기 싫은 애착이 가는 집 같은 존재로 생각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가 교착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핵협정 타결을 계속 추진할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시간) CNN과 워싱턴포스트는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 밥 우드워드가 트럼프 대통령과 인터뷰를 통해 이달중 출간할 신간 ‘RAGE(격노)’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그동안 서로 주고받은 친서를 통해 특별한 우정을 나눈 사실이 밝혀졌다.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Your Excellency)’라고 자주 호칭을 하면서 친밀감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우드워드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친서들을 분석한 결과 “뛰어나다”고 평가했으며 김 위원장이 약간의 아첨과 함께 “역사의 중앙 무대에 서고 싶어하고 거대 자신감에 빠진 트럼프을 잘 설득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우드워드는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 25통을 직접 살펴봤으며 내용을 음성으로 녹음했다.
■트럼프, 김정은 친서 '러브레터'로 여겨
트럼프 대통령이 '러브 레터(연애 편지)'라고 부르는 친서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 사이의 깊고 특별한 우정은 ‘마법 같은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적는가 하면 한번은 다시 만난다면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할 것"이라고 표현했다고 우드워드는 서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103일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영광의 순간"이었다며 두사람의 깊고 특별한 우리의 우정이 ‘마법의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6월 판문점 회동에 앞서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당신과 나는 독특한 스타일과 특별한 우정을 갖고 있다”와 함께 “70년 가까운 한반도의 대립을 끝내 번영의 시대가 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과 나"라며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썼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지난해 판문점 회동 후 6월30일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타임스 1면에 나온 기사를 친서와 같이 보냈으며 이틀뒤에도 회동 사진 22장을 동봉한 친서를 보내면서 “영상이 자신에게는 추억이자 김 위원장과의 큰 우정을 담고 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1개월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한미 군사훈련이 중단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보이면서 마치 실망한 친구나 연인 같은 기분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트럼프에게 “각하, 솔직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다”라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 김 위원장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처음 군사분계선을 넘어 악수을 했던 순간을 기억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기로 자신이 결정하면서 전쟁을 피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미국 또한 대비했으나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충돌을 막았다고 강조했다.
우드워드의 ‘격노’에서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타협이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두 정상이 북한이 해체해야할 핵시설 지정을 놓고 대립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꼼짝을 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공중에 로켓을 보내는 것 말고 하는 것이 무엇이 있냐?”며 영화를 같이 보거나 골프를 같이 칠 것을 제안했던 사실도 공개했다.
또 우드워드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생각했던 것 보다 영리하다고 판단했으며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한 것도 자세히 설명까지 해줬던 사실도 언급했다.
■트럼프, 우드워드에게 "김정은 조롱말 것" 요구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핵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을 조롱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책에서 밝혔다.
우드워드는 ‘격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 미흡한 대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것을 본인이 알고 있었지만 통제가 되고 있으며 곧 사라질 것으로 믿고 위험성을 축소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코로나19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했음에도 불구하고 혼란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여전히 위험성을 축소해야 하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노’의 내용이 공개되자 이날 폭스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드워드에게 했던 코로나19 대처 관련 언급은 정당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의 지도자로 국민들을 겁먹게 할 수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워터게이트 사건 폭로로도 유명한 우드워드는 이번 신간을 위해 지난해 12월5일부터 지난 7월21일까지 18회에 걸쳐 백악관 집무실과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직접, 또는 전화로 인터뷰를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녹음을 하도록 허가받았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